이번 조사도 금융권에서 전 정권의 색깔을 빼고, 박근혜 정부의 '금융 라인'을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의 하나란 분석이 크기 때문이다.
동양그룹 사태 등을 사전에 막지 못한 정부의 무능함을 물타기 하려는 '꼼수'란 지적도 있다. 현 정부에서도 관치금융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국민은행 사태를 계기로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그룹 및 계열 은행에 대해 특별검사를 벌이고 있거나,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특별검사는 단순히 금융사가 아닌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등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이른바 'MB맨'으로 불리던 인물들이다. 비록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후로 이들 금융지주 회장은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금융당국은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한 비리를 면밀히 조사해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도쿄지점 비자금 의혹, 국민주택채권 횡령, 주택보증부대출 부당이자 수취 등으로 특별검사를 받는 중이다. 우리은행은 파이시티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특별검사를 받는 가운데 내년 초 대대적인 종합검사를 받을 전망이다.
하나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의 강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은행에 이같은 비리가 만연한 것은 그동안 정부의 지나친 비호와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 때문이다. 동양사태 역시 정부의 대기업 봐주기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크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 역시 국민은행 사태와 관련, "은행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거 낙하산 인사 관행과 소위 모피아라 불리는 관치금융 인맥으로 인한 금융감독 소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4대 금융지주에 대한 특별검사 역시 관치금융의 선상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동양사태와 관련해 정부를 향한 성난 민심과 금융당국의 과실을 물타기 하기 위한 것이란 의혹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과거에 없던 비리가 나온 것처럼 부각시키면서 금융사를 비리 백화점으로 몰아 가는 것은 동양사태 등 금융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가 금융권에 낙하산 인사를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비리가 적발된 은행에는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금융당국의 이번 검사에 정치적인 의도가 담겼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현 정부 들어 새로 취임한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들을 중심으로 현정부 라인을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팀장은 "이번 기회에 은행의 부정·비리를 조사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되겠지만, 친박 인물들의 낙하산 인사가 없다는 게 전제돼야 한다"며 "이번 정권에서도 관치와 낙하산 인사가 이어진다면 금융권 부패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