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2천억대 주식 세무서 담보… 왜?

이재현 CJ그룹 회장 지난 7월 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며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에게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수천억대의 세금을 납부한다. 이를 위해 세무서에 2000억원대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0일 자신이 가진 CJ 주식 205만주를 중부세무서에 담보로 제공했다. 현재 주가 수준으로 약 2080억원 규모다.

이 회장은 기존 우리투자증권과 한국증권금융에도 CJ 주식을 각각 200만주, 120만주 담보로 잡혀 있었다. 계열사 차입 담보로도 한국증권금융에 60만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 중부세무서에 담보로 제공된 주식을 합하면 이 회장의 CJ 주식 585만주가 담보로 잡히게 됐다. 이 회장이 가진 CJ 주식은 1227만5574주(지분율 42.30%)로 전체 지분 중 담보로 잡힌 주식이 절반에 육박한다. 

CJ의 주요 주주로는 이재현 회장 외에 이 회장 외숙모 김교숙씨와 이 회장의 장녀 이경후씨 등이 있으며, CJ나눔재단과 CJ문화재단이 각각 0.57%, 0.43%의 지분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공단도 지난 9월 말 기준 186만3548주(5.96%)를 보유한다. 

이 회장이 세무서에 대규모 주식을 담보로 맡긴 것은 세금을 내기 위해서다. 막대한 세금을 한번에 낼 수 없기 때문에 주식을 세무서에 담보로 맡기고 이후 조금씩 나눠 내는 방식이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2000억원대 탈세 및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이후 8월 20일 신장 이식 수술 등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이 회장에게 546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를 적용했다. 

CJ그룹의 국내외 자산 963억원을 횡령하고 일본 도쿄의 빌딩 2채를 구입하면서 회사에 56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도 포함됐다

현재 이 회장은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현재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며, 법원은 당초 이달 28일까지로 정해진 구속 집행 정지 기간으로 내년 2월 28일까지 연장했다. 

이 회장의 구속 집행 정지 기간은 연장됐지만 이 회장에 대한 재판은 예정대로 진행돼 다음달 7일 첫 공판이 열리게 된다. 

이 회장이 세금을 내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이 이달부터 세금을 분할 납부할 계획"이라며 "세금을 한번에 납부할 수 없기 때문에 CJ 주식 일부를 중부세무서에 담보로 맡기고 향후 세금 납부가 완료되면 담보로 맡긴 주식을 다시 찾아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