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SK그룹에 따르면 한국고등교육재단은 SK 최태원 회장의 선친인 고 최종현 선대회장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사재를 출연, 1974년에 설립(11월26일)한 비영리 공익재단이다. 재단은 설립 초기에는 국내 우수인재가 해외에서 선진 학문을 습득하는 장학사업에 역점을 뒀다.
아시아 지역 인재육성과 학문발전을 목표로 한 국제학술교류 사업이 시작된 것은 1999년 최태원 회장이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최 회장은 “아시아의 협력과 발전을 위해서는 아시아 역내 국가와의 교류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언어, 문화, 인종, 역사가 다른 아시아 학자들의 연구지원을 통한 학술교류를 통해 아시아는 물론 인류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최 회장의 뜻에 따라 재단은 2000년 중국과 베트남, 몽골의 유명대학 교수 46명을 한국으로 초청, 1년간의 학술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매년 40~50여명의 해외 학자의 방한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재단 지원을 통해 한국에서 연구한 아시아 학자는 15개국 711명에 이른다. 지원액수는 170억원에 달한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515명(72%)으로 가장 많다.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 교수들이 각각 1~5명씩 선발돼 한국에서 연구활동을 수행했다. 최근에는 이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이슬람 문화권 교수들도 학술교류 대상에 포함됐다. 전공별로는 정치경제사회 등 사회과학(55%), 에너지정보통신생명과학(23%)과 문학역사철학 등 인문과학(22%)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일부 정부기관을 제외하면 해외 학자들의 방한연구를 지원하는 민간재단은 재단이 유일하다. 더구나 재단은 한국의 인문사회정치경제과학기술 등 폭넓은 영역에서 한국을 비교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지한파를 배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9월 방한한 미얀마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대에서 ‘기업가 정신이 미얀마의 중소기업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한국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 이 교수는 “미얀마의 중소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데 한국 사례 연구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에서 자신의 전공인 유전학을 살려 생물복제에 대해 연구중인 몽골 국립대의 한 교수는 “복제기술이 뛰어난 한국에서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하면서 습득한 노하우를 몽골에 전수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살아본 중국학자가 보는 한국’라는 주제로 개최된 학술회의에는 재단의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중국 베이징대 등의 ‘지한파’ 학자 42명이 참석했다. 중국 학자들은 한국과 중국에서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한중 FTA 체결을 앞두고 예상되는 양국의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특히 방한연구를 거친 중국 학자들이 모국 대학에서 정교수, 학장, 부총장으로 승진하면서 한중 학술교류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또 재단이 베이징 대학 등과 공동개최하고 있는 베이징포럼, 상하이포럼은 매년세계적인 학자와 정치인, 경제인 등 1000여명이 참석하는 국제적인 학술포럼으로 성장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베이징포럼에는 시니어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 저명인사와 10여명의 노벨상 수상학자 등이 참석했다. 상하이포럼은 경제, 금융, 무역 등에 특화된 주제를 중심으로 2005년부터 개최되고 있다.
한국고등교육재단 박인국 사무총장(전 유엔대사)는 “재단의 국제학술교류 사업이 아시아와 중동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아시아의 학문교류와 발전에 기여하고, 지한학자를 양성하는 명실상부한 국제학술재단으로 자리잡았다”면서 “새로운 외교영역인 공공외교의 모범적인 사례가 되어 앞으로 SK그룹뿐 아니라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유사한 기여를 계속해 나가는 선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