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언함에 따라 한·중·일 3국간 동중국해 경계선이 모호해졌다. 일본 센가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뿐만 아니라 우리 관할 해역인 '이어도' 상공까지 포함했기 때문이다.
외교부 이상덕 동북아국 심의관은 25일 천하이 주중국 참사관에게 중국이 일방적으로 자국 방공식별구역을 획정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사전 협의 없이 우리 관할인 이어도를 포함시킨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국방부도 이날 주한 중국대사관의 쉬징밍 무관(육군 소장)을 국방부로 불러 중국이 일방적으로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오는 28일 한·중 차관급 국방전략대화에서도 이어도 영공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만이 아니다. 한·일 간에도 방공식별구역 선정을 놓고 독도·이어도가 연계됐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이어도를 포함시키면 일본이 독도를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 넣겠다고 해 1951년 이후 60여 년간 '무대책'이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일본 측이 1979·1983·2008년 3차례에 걸친 한국 측의 정식 요청에 '독도 연계론'으로 맞서자 이렇다 할 대항논리를 세우지 못한 채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적으로 영공이 아니기 때문에 권한이 없다" 명분으로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정부는 JADIZ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한반도에서 출격하는 군용기가 이어도 상공을 통과할 때 일본 측에 통보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본은 독도가 포함돼 있는 KADIZ를 사전 통보 없이 침범했다. 지난해 9월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4200t급 구축함에 탑재된 헬기가 KADIZ를 침범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일본 측은 우리 F-15K 전투기 등이 출동하자 "적대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한 뒤 물러선 바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중·일·러 3개국이 우리 영해·영공을 위협한 사례는 622회에 달하며, 이 중 71%인 442건을 일본이 자행했다.일본 항공기의 KADIZ 무단 침입도 2건이다.
이창형 안보전략연구센터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중국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중국이 CADIZ를 원상 회복시키던가, 이어도 인근은 확정구역에서 제외시키는 쪽으로 우리가 협상을 잘 해야한다"며 "하지만 쉽지 않을 경우 강한 맞불(KADIZ에 이어도 포함)을 두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강국, 강군을 넘어 세계의 강국, 강군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센가쿠(댜오위다오)인데 바둑으로 보면 현재 한수 걸친 것"이라며 앞으로의 동아시아지역의 지리한 싸움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