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면세점 '면적 제한' 논란… "관광산업에 독, 중기에 도움 안 돼"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을 '면적 기준'으로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면세점 업체들은 해당 법안이 관광산업을 위축시키고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전체 면세점 사업장의 50%만 대기업·중견기업에 허용하고 중소기업 비중을 30%로 의무화하는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면세점들은 이번 법안에 대해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기존 규제만으로도 사실상 신규 사업 확대가 불가능한데 '면적 제한'까지 더해지면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의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 대기업 면세점 "기존 사업장 문 닫아야"

최근 확정된 관세법 개정안 시행령에 따르면 매장 수를 기준으로 대기업 비중은 60% 미만, 중소·중견기업은 2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11월 현재 대기업 면세점은 53%(19개)로, 사실상 대기업의 추가 사업 확대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 대기업 면세점의 면적을 제한하게 되면 현재 운영 중인 매장까지 문을 닫아야만 하는 것이다.

실제로 면적 기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50%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현재 면적을 30%포인트 이상 줄여야만 하는데, 기존 매장을 없애는 방법 밖에 없는 셈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50%를 맞추려면 34%에 해당하는 면적에서 매장을 철수해야 한다"며 "매장의 일부를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장 하나를 통째로 없애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내년에 면세 사업 허가가 끝나는 매장의 경우 비상이 걸렸다. 내년 상반기 장충동 호텔신라 면세점과 신라 신제주 면세점의 특허가 만료되고, 롯데 제주공항 면세점도 내년 1월 중순이면 끝난다.

◆ "중소기업 도움 안 돼… 외국계에 자리 내주는 꼴"

업계에서는 면세점 규제가 중소기업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면세점 특성에 따라 초기 투자비용이 많은 데다, 인기 외국 명품 브랜드의 경우 중소 면세점에 입점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대기업 면세점에 입점해 컨설팅을 받고 해외에 동반진출해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라며 "매장 면적이 줄어들게 되면 기존에 입점해 있던 중소기업들의 입지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결국 중소기업의 자리를 외국계 기업들이 차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대기업들의 참여를 제한하자, 세계 면세점업계 2위인 듀프리가 운영권을 획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 "관광산업 타격 불가피"

관광산업의 경쟁력 약화도 예상되고 있다. 외국인들의 국내 관광 목적 가운데 쇼핑이 66%를 차지할 정도로 관광산업에서 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6조3000억원 수준이다.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국내를 찾는 가장 큰 이유가 쇼핑인데 면세점이 줄어들면 결국 관광산업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존 법안으로도 이미 신규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는 데 다른 규제를 더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법안 자체도 이미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데 무조건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은 책임있는 행동이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