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국제문서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퍼슨 박사는 24일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 제네바 합의만 봐도 상당한 비핵화 로드맵이 제시돼 있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가 이행이 안 됐는데 북한 입장에서 당시 현재와 같이 핵실험을 하는 등의 단계까지 예상했는지는 모르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주창하고 있는 핵ㆍ경제 병진 노선에 대해 "박정희의 5·16 쿠데타에 영향을 받아 김일성이 병진노선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면서 "김정은이 할아버지와 유사한 병진노선을 선언했지만 핵무기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과거보다 인민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데 잘 되겠는가"라고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퍼슨 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이 과거에는 핵을 협상용으로 생각했을 뿐 현재처럼 핵무기 보유 정책을 추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90년대 초반 러시아 문서고에서 수집한 문서를 보면 북한은 핵 포기를 종용하는 러시아 관료에게 '핵을 레버리지(지렛대)로 사용해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끌어내고 새로운 경제관계를 맺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한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언제부터 핵 억지력을 추구했는지 문서를 통해 연구하고 있는데 이는 1962∼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북한이 그 시기부터 계속 핵 억지력을 추가했다기보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방법을 탐구하다가도 다른 분야로 가는 것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시 정리하자면 북한은 과거에는 핵을 애초 협상용으로 설정했을 뿐 핵무기 보유국으로의 고려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김일성 주석이 북한을 지배할 당시 북한을 개방하면 주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직접 말한 적도 있다고 전해졌다.
퍼슨 박사는 "북한은 1949년 설립된 동유럽경제상호원조회의에도 의도적으로 가입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이 스스로 개방할 경우 주권을 상실하고 소련과 중국 등 외세 간섭이 커져 행동의 자유가 제약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