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공룡마트 진출에 맞설 준비 절실

2013-11-2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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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워싱턴DC 시정부 통계에 따르면  관할 행정구역 내 편의점의 60%가량이 한인에 의해 운영된다.
 
전문지식과 기술, 그리고 유창한 영어실력 없이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많은 한인들이 이쪽 업종으로 많이 뛰어들었다.  
 
인근의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처럼 주거지역가 넓게 펼쳐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조밀하게 집중돼 있기 때문에 인구 밀집 지역에 있는 자그마한 편의점도 그 수입이 제법 쏠쏠하다고 한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워싱턴DC 내 소상인들에게 불편한 이야기가 돌고 있다. 바로 마트계의 거대 공룡인 월마트가 워싱턴DC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일명 '스몰 비즈니스를 잡아먹는 하마'로 악명이 높은 월마트는 그동안 워싱턴DC 내에 6개의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올해 말과 내년 초 개장을 목표로 3개 매장을 건립중이다.
 
이런 가운데 월마트 측은 전국적으로 내년 한해동안 소형매장 150개와 대형매장 115개 등 모두 265개의 매장을 추가로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월마트 매장이 워싱턴DC로 들어 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게 한인 상인들의 예상이다. 
 
기존에 없던 월마트가 워싱턴DC로 대거 진입할 것이란 소문 아닌 소문이 점점 현실화되자 한인상인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생필품 등을 주로 판매하던 월마트는 근래들어 저렴한 가격 식료품까지 팔고 있어, 동네에서 식료품을 취급하던 한인상인들은 ‘월마트가 들어오면 우린 다 망한다’며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워싱턴DC 내 한인 상인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결성된 워싱턴식품주류협회는 ‘월마트가 많이 들어올수록 한인상인들은 사업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만큼 하나라도 덜 들어오게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대처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모습들은 한때 한국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대형 마트와 재래시장과의 갈등을 떠오르게 한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한국 내 자생 마트와 외국에서 들어오는 마트 때문에 재래시장 상인들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항의 집회도 많이 가졌고, 일부는 대형마트와 싸우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일찌감치 포기도 했었다.
 
그렇게 대형마트의 진출로 얼마나 많은 재래상점이 문을 닫았는지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재래시장이 대형마트와 대적할만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빼았겼던 고객’을 다시 찾았다는 사례는 심심찮게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다.
 
워싱턴DC의 경우도 이와 같이 한인 소상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워싱턴DC 내 한인들이 운영하는 상점들을 보면 지금 4-50대 세대들이 옛날 동네에서 보던 그런 구멍가게 같은 곳들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워싱턴식품주류협회는 꽤 오래전부터 밝고 깨끗하고 손님들이 다시 가고싶어 하는 상점을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면서 한인 상인들을 상대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그렇지만 상인들은 가게를 뜯어 고치려면 돈이 필요한테 그럴만한 경제적 능력이 없다며 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조차 내비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도대체 쾌적한 환경에서 값싼 생필품과 식료품을 사기 위해 대형 마트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을 어떻게 붙잡고 되돌릴 것이란 말인가.
 
워싱턴식품주류협회는 ‘영세상인들이 월마트와 싸우기는 사실 역부족’이라며 ‘협회는 앞으로 워싱턴DC 시정부를 상대로 한인 등 영세상인들이 많은 혜택을 받아내도록 하는 것과 월마트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도록 고객서비스를 강화하는 대비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워싱턴DC의 세수입을 한껏 불려줄 ‘고마운’ 대형마트를 상대로 싸우는 소상인들에게 과연 시 정부가 얼만큼의 혜택을 줄 지 의문이며, 상인들 자신이 환경 개선을 위한 의지를 확고하게 갖고 있지  않는 상태에서 고객서비스 강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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