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 ‘루게릭병’ 치료 실마리 찾았다

2013-11-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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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호르몬 프로게스테론이 돌연변이 단백질 등 불필요한 세포 제거 도와

고재영 서울아산병원 교수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희귀난치성질환 루게릭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법의 실마리를 찾았다.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 손상을 가져와 의식과 감각, 지능은 멀쩡하지만 사지의 근육을 움직일 수 없어 끝내 호흡근 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병으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50년째 투병해오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고재영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최근 루게릭 병에 걸린 유전자변형 생쥐에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결과 운동신경세포의 사멸이 효과적으로 억제되고 생존율 또한 높아졌다고 21일 밝혔다.

프로게스테론이 체내 소기관의 세포 폐기물을 제거하는 자식작용(불필요한 세포를 스스로 잡아먹는 작용)을 촉진하면서, 루게릭병의 대표적 유전 발병인자인 돌연변이 단백질 SOD1을 감소시켜 병의 진행을 억제한 결과다.

루게릭병에 걸린 유전자 변형 생쥐를 프로게스테론 투여 여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누고 로타로드검사를 이용해 운동 능력 정도를 측정한 결과,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하지 않은 생쥐는 정상 생쥐의 5% 정도의 운동 능력만 남아 있었다.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생쥐는 정상 생쥐의 50% 정도의 운동 능력 보존 효과를 보였다.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했을 때의 생존기간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약 10% 가량 더 길었다.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은 이미 인체 내에 존재하고 있고 이번 연구기간 동안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생쥐에서 독성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치료제 개발 시 임상 적용이 한결 수월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미국에서 외상성 뇌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프로게스테론을 활용한 대규모 임상 실험(ProTECT III)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루게릭병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10% 가량은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 35만명, 우리나라에도 3000여명이 앓고 있지만 원인도 분명하지 않고, 임상에서 쓰이고 있는 약물은 수개월 정도의 생명 연장에 도움을 줄 뿐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어서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돼 왔다.  

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루게릭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 매커니즘이 밝혀짐에 따라 루게릭병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비정상 단백질의 축적을 특징으로 하는 퇴행성 신경질환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신경질환 전문 학회지인 '질병신경생물학' 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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