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월보다 1원 떨어진 1055.4원으로 장을 출발한 환율은 전월보다 1.5원 오른 1057.9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오른 것은 5거래일만에 처음으로 수입업체의 결제수요, 외국인 투자가의 주식 매도세 등 달러 매도세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이날 환율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 공개를 앞두고 조심스러운 양상을 보였다.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에 소폭 상승한 감도 있다.
전날 환율 역시 장중 달러당 1054.8원까지 내려가 연저점을 불과 0.5원 웃돌았으나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화 매수 주문에 1056.4원으로 마쳤다. 전날까지 환율은 16원 이상 하락한 바 있다.
다만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15%나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브라질은 20%까지 낮아진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벗어나있는 수준”이라고 말해 하락 수준이 타 국가에 비해서는 다소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일단 1050원 지지대는 연내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말께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예정된데다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확대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1050원 수준에서 마지노선을 형성할 것”이라며 “12월 양적완화 축소 이슈 재부각,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 정부개입 등이 그 이유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책임연구원은 “심리적 부담으로 인해 연저점이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이고 지난 10월 말에도 최대 1030원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뚫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 역시 “환율이 눈에 띄게 반등하려면 미국이나 중국 등 경제지표나 정책변화 등 대외적인 변수가 필요한데 지금으로서는 큰 변화는 예상되지 않는다”며 “연말까지는 1050원선의 지지력은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면서 환율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아울러 수출 중소기업들이 겪는 타격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올해 평균 환율을 1060원대로 보고 이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이 예상한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630억 달러로 사상 최대다. 이 때문에 환율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 하락 요인이 되는 건 사실이나 심리적으로는 1050원선은 지켜지지 않겠느냐"라며 "내년 테이퍼링(미국 양적완화 축소)이 시행되면 그 때가 바로 환율이 점프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이어 "테이퍼링이 시행되면 충격이 다소 클 수 있을 것을 보인다"면서 "환율은 내년에 1060원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올해 환율이 1070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적정환율은 애매한 수준이나 1050원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다.
임 실장은 "현재 환율 수준이 1050원대는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지고 하락 슈모가 더 커진다면 대외의존도가 큰 기업 입장에서는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내년 연간 원·달러 평균 환율로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1074원, 현대경제연구원은 1070원, LG경제연구원은 1060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055원을 각각 제시했다.
이미 수출 중소기업들의 입장에선 현재의 환율이 역마진을 우려할만한 수준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계엽 IBK 경제연구소 팀장은 "이미 수출 중소기업들은 10월 초 1064원을 손익분기점으로 봤다"면서 "현재는 이보다 더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중소기업들 중 80%가 손해를 보더라도 수출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달부터 내년 4월까지 은행별로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선물환 수수료를 50% 깎도록 했다. 은행들은 금감원 지도에 따라 영세한 기업은 환 헤지 수수료를 면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