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흐름을 따른 의미있는 변화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전망 못지 않게 전경련은 자칫 대한상공회의소와 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타 경제단체와 색깔이 비슷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봐야 한다.
14일 전경련이 발표한 전경련·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발전 방향의 핵심은 다원화 된 한국 사회의 많은 이해 관계자들을 끌어안기 위해 대기업, 제조업 중심의 단체에서 중견기업과 서비스 기업 및 단체 등으로 회원의 범위를 넓힌다는 것이다.
이날 현재 전경련 회원사는 일반회원 438개사, 단체회원 66개사, 명예회원 4개사 등 총 508개사로 14만 회원사가 가입한 대한상공회의소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경련이 5대 경제단체 중 위상이 큰 이유는 회원사가 국내 대기업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서 설립된 전경련은,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대기업의 입장만 반영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에 더해 회원사들의 참여도 과거처럼 활발하지 못해 21개사로 구성된 회장단은 매 홀수달 마다 열리는 정기 회장단 회의 참가율이 갈수록 줄더니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3년 마지막 회의에서는 역대 최저인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마무리 됐다.
이러한 배경은 전경련 스스로의 변화가 일어나게끔 했고, 지난 4월 발족한 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는 개편의 일환으로 회원사 확대를 추진하도록 결론을 내린 것이다.
전경련은 일단 중견기업과 서비스 업종 기업을 모두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업종과 성장 가능성과 함께 전경련 설립취지에 공감하는 기업들을 선별해 가입 의사를 타진할 예정이다. 전경련이 제시하는 중견기업의 수준은 네이버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회장단 규모 확대를 위해 50대 기업집단 소속기업중에서 규모, 업종 등을 고려해 영입을 추진키로 했다. 회장단 선출은 내년 2월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결정되는데, 이전까지 공기업을 제외한 50대 기업집단 소속 기업중에서 선별해 제안하겠다는 것이다.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일단 현재의 회장단 규모에 비해서는 확대될 전망이다.
전경련 행사 참여율이 부진한 오너 회장들을 대신해 사장단 회의를 신설한 것도 눈에 띈다. 경영전략본부장회의로 이름 붙여진 이 모임에서는 전경련의 주요 사업 추진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다. 회장단 회의 앞서 열어 논의 결과를 각 회장들에게 직접 보고하고 회장단 회의 때에는 큰 결정만 내리는 식으로 진행해 전경련 활동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다.
전경련은 이러한 변화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경제단체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중견기업 등을 참여시키고, 회장단을 늘리는 방법만으로 진정 이해관계 해소와 반기업 정서를 낮추는데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또한 회원사 범위의 확대했다고 하지만 영입을 추진중인 기업들은 상공인의 모임인 대한상의, 무역업계 대표단체인 한국무역협회의 회원사들일 수도 있기 때문에 자칫 경제단체간 회원사 유치 경쟁을 벌인다는 지적도 제기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전경련 자체가 경제계를 이끌어나가는 능력과 역할을 키워야 하는 근본적 문제해결 의식 대신 방법론만 제시했다는 점도 의구심이 들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전경련은 경제단체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달라. 전경련이 이전에 비해 비판하는 이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노력은 최근 2, 3년간 많이 했다”며 “이번 발표는 체질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으로 이해해주시고 지켜봐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