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위기 보여준 전경련 회장단 회의

2013-11-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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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전국경제인 회장단 회의는 역대 최소 회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최근들어 재계에 불어닥친 흉흉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자주 찾지 않았던 회장들의 참석이 기대됐으나 이들은 이번에도 발길을 끊었다.

전경련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참석할 인사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GS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준용 대림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이승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 등 7명. 이 부회장을 제외하면 현역 재계 오너 인사중 참석자는 6명 뿐이다. 올 1월과 3월에 각각 9명, 5월에는 10명이 참석했지만 9월 7명에서 또 다시 1명이 줄어든 것이다.

전경련 홈페이지에 소개된 회장단 인사는 허 회장과 이 부회장을 포함해 총 21명이다.

이 가운데 김승연 한화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법적 구속을 당해 경영활동을 중단했으며. 출석률이 높았던 그룹이 위기상황인 강덕수 STX 회장은 회장단을 사퇴했고,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활동이 불가능하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대외활동에 나설 상황이 못되고 있는 가운데,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으로 전경련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미국으로 출장을 갔으며,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은 전경련 행사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회장단의 절반 이상이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회의 참석을 고사하고 있으니 6명의 회장이 참석한 것도 그나마 전경련이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웃을 일은 아니다. 새 정권 초기로 정부와 경제정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가장 최우선 파트너가 돼야 할 전경련은 사실상 대접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창조경제를 위해 중소·중견기업 육성의 걸림돌로 대기업들이 지탄을 받으면서 오히려 경제정책 추진의 파트너 자리는 대한상의에 밀렸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연합회 만큼도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올 한해 경제민주화와 반기업 정서가 엮이면서 대기업 총수들이 연이어 잉여의 몸이 됐고, 과잉 투자의 역효과로 쓰러지는 기업들도 줄을 잇고 있다. 생존을 위한 싸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국가경제정책의 한 축이라는 명분은 힘을 얻기 어렵다.

삼성과 LG 등 국내 대표기업의 오너들이 참여하지 않는 전경련이다 보니 다른 회원사들이 나서기도 쉽지 않다. 이런 저런 눈치 보기 속에 전경련의 힘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전경련의 위기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배경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에서 전경련 회장단 회의 결과에 적극 귀를 기울이고 정책에 반영해 줘야 할 텐데, 현재로서는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회의 결과 보다는 일부 오너의 개인 발언이 오히려 재계의 목소리로 인정받는, 적절치 않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현재 새로 준공한 여의도 전경련 회관 ‘FKI타워’ 입주를 다음달중으로 마무리 한다. 지하 6층, 지상 50층 규모로 건설되는 FKI 타워는 높이가 245m로 국제금융센터(IFC, 279m), 63빌딩(249m)에 이어 여의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전경련은 가장 높은 층에 자리를 잡게 되는데, 경제단체중 가장 높은 곳에서 업무를 하는 색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이 건물 준공식에 전경련은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했으며, 꼭 참석해 주길 바라고 있다. 이를 통해 건물 높이 만큼 전경련 위상도 올라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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