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시장에서도 이번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대외 불확실성, 저물가 등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판단이 바탕이 됐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국내 경제는 내수관련 지표가 일시 부진했으나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면서 경기는 추세치를 따라 회복세를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잠재GDP와 실질GDP 간 격차를 의미하는 국내총생산(GDP) 갭의 마이너스 상태도 내년 하반기쯤이면 사라질 것이라는 게 김중수 한은 총재의 전망이다.
9월 제조업 생산은 전년동기대비 3.7% 감소하고 서비스업 생산도 0.3% 줄었다. 9월 설비투자지수는 전년 동기와 견줘 9.1% 낮아졌고 건설기성액도 전월(17%)보다 대폭 줄어든 6.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는 1.5% 감소했다.
하지만 10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7.3%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0월 취업자 수의 전년동월대비 증가폭은 47만6000명으로 전월보다 확대됐고 실업률(계절조정)은 3.0%로 전월과 같은 수준이었다.
문제는 지나치게 낮은 물가 수준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0.7% 오르며 1999년 7월(0.3%) 이후 1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두 달 연속 0%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면서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을 동반한 디플레이션 우려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전월과 같은 1.6% 수준을 유지했다. 한은은 이날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무상보육 정책 등에 의한 하락 효과, 국제곡물가격 하향 안정세 등으로 당분간 낮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중수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수준에 대해 "물가라는 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근원물가 쪽으로 수렴하는 결과를 낳는다"면서 "무상보육이나 무상급식 등 정부 정책의 효과가 없었다면 근원물가는 2.1% 올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외 불확실성도 금리를 움직이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시점을 두고 이르면 오는 12월 단행할 것이란 예상과 내년 3월은 돼야 할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건드리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김 총재도 이와 관련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해 다양한 형태로 국제 금융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 변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기준금리를 움직이지 않는 것이 더 적절하다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저평가에 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총재는 적절한 평가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경상수지는 지난 9월까지 20개월째 흑자를 기록했으며 한은이 추정한 올해 흑자규모는 총 630억 달러다.
그는 "우리나라 경상 흑자의 대부분은 신흥 경제권으로부터 온 것"이라며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 비하면 우리는 오히려 경상수지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과 같은 가격의 효과는 전 산업에 적용돼야 하는데 반도체가 휴대폰 등 특정부문으로 흑자가 났다"면서 "이는 비가격경쟁력을 가진 측면이 많다는 것으로 (가격 효과라고)일방적으로 얘기하기가 어렵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