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선정된 주채무계열 30개사 중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대기업은 6개(동부, STX, 대한전선, 한진, 금호, 성동조선)다.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STX, 대한전선, 성동조선은 재무구조개선약정보다 강화된 자율협약을 채권단과 체결했고, 금호는 워크아웃을 체결한 상태다.
동부와 한진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이행 중으로, 지난해부터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올해와 내년 상반기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불안한 대내외 여건을 감안해 새로운 재무구조개선약정 개선안을 통해 이들 기업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기업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재무구조약정에 대한 예외 규정 적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해당 대기업이 제출한 목표보다 높은 실적을 올리도록 주문 할 계획이다.
그동안 약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채권은행이 신규 여신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해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거나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동부그룹과 한진해운에 대한 금융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시중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한진해운에 대해 3000억원대의 브릿지론 제공 방안을 조율한 것이다.
브릿지론은 일시적으로 자금 상환이 어려워진 기업 등에 제공하는 대출로, 한진해운이 추진 중인 영구채 발행이 올해 안에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브릿지론 제공 방안이 논의된 것이다.
동부그룹과 한진해운도 유동성 확보에 분주하다.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제철은 당진제철소 부두 지분 매각 등으로 2015년까지 1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채권단에 제시했다. 동부건설은 서울 동자동 빌딩을 3000여억원에 최근 팔았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1500억원을 지원했으며, 한진해운은 이와 별도로 4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기업구조조정 방식을 개선하기로 함에 따라 내년 4월 선정되는 주채무계열 대기업은 10여개 이상 늘어나고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 기업도 증가할 전망이다.
한편, 주채무계열은 금융기관 신용공여액이 전체 금융기관의 0.1% 이상인 기업집단을 말한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은 주채무계열 중 재무구조 취약 우려 그룹을 선정한 뒤 주채권은행과 약정을 체결해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자율협약은 일정 기간 채무 상환이 유예되거나 긴급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워크아웃의 경우 해당 기업의 채권이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돼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