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가족' 김유미[사진=남궁진웅 기자]
여전히 끊임이 없다. 혹자는 '응답하라 1994' 정우의 연기를 두고 고아라의 관계에 몰입이 안된다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쓰레기'라는 극중 이름에 힘주어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정우가 남긴 그 파장은 김유미를 향해 당겨진 시위의 화살 촉이 되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정우를 향한 김유미의 태도는 단순한 남녀의 감정을 넘어 사뭇 진지하다는 거다. 지난해 10월 '붉은 가족'에 가장 먼저 캐스팅된 그는 상대 배우로 정우가 캐스팅 되었을 때 한숨을 쉬었단다. 물론 안도의 그것이었다. 이미 영화 '바람'이나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등을 통해 검증된 연기력을 가진 정우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우와의 호흡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도 김유미는 자신에 찼다. "정우씨의 '바람'을 봤어요.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죠. 정우씨가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아 힘을 받겠구나' 했죠." 이처럼 김유미는 정우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었고, 그것은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배가 됐다.
'붉은 가족' 김유미[사진=남궁진웅 기자]
'붉은 가족'은 김기덕답지 않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다. 남북관계와 가족관계의 이면을 담아낸 김기덕 감독 풍의 시나리오에 이주형 감독의 연출이 더해져 불편하지 않은 작품이 탄생했다. 워낙 소규모로 진행되는 탓에 두 시간 가량의 분량을 12회 차 만에 마쳐야 했다. 익히 알려진 김기덕 감독의 스타일이었다.
아무리 베테랑 배우라도 '붉은 가족'을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섬이나 바다 한가운데 등 열악한 환경 조건도 견뎌야 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깊은 내면 연기를 선보여야 했기 때문에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김유미에게는 여간 어려운 선택이 아니었다.
"김기덕 감독님..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해보니까 힘들더라고요. 하하. 한번 고사를 했어요. 도저히 해낼 자신이 없었거든요. 근데 이게 참 이상해요. 계속 운명적으로 저를 잡아 끄는 거에요. 이주형 감독에게 물었어요. 나를 믿느냐고요. 아주 단호하게 그렇다고 말씀해주시는데, 그때 출연하기로 했어요."
우선은 강한 메시지가 김유미를 끌어당겼고, 그동안은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시도가 마음에 들었단다. 여간첩 역에 따른 북한 사투리라든지 강한 느낌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감정 연기는 김유미에게 '도전'이었고 풀어야 할 '과제'였다.
"시나리오에 비하면 많이 편집됐어요. '붉은 가족'들의 이야기가 조금 더 담겨있거든요. 그래도 생각만큼 잘 다듬어진 것 같아요. 너무 김기덕 감독다운 영화가 나올까봐 걱정했었는데, 이주형 감독님이 그 균형을 잘 맞춰주신 것 같아 좋아요."
간첩 역할이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은 비단 '예쁜' 외모만은 아니었다. 그것들은 차치하더라도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았다. 그리고 불편한 환경은 포기에 따른 덤이었다.
"외모는 뭐, 다 포기했죠. 하하. 일본에서 어떤 여배우가 그러더라고요. 네가 그 레드 패밀리냐고요. 전혀 연상이 안됐나 봐요. 감정신도 너무 많았기 때문에 미룰 수가 없었어요. 정우씨랑 마당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는데, 육체적으로 너무 힘드니까 몰입이 안 되더라고요. 굉장히 고생했죠."
김유미에게 '붉은 가족'은 배우로서 도약의 기회가 됐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예쁘다거나 참하다거나, 그 어떤 청순가련형의 김유미에게서 강한 카리스마의 존재를 여실히 보여준 '아주' 의미 깊은 도전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붉은 가족'은 데뷔 13년만에 '열정'의 불씨를 다시금 지펴준 '진짜' 가족 같은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