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섭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연구위원은 7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제3회 마을단위 도시재생 활성화 방안' 포럼에서 마을단위계획 과정에서의 자치구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마을단위계획이란 마을(동네) 단위에서 지역주민의 주도와 행정적 지원 하에 생활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지향하는 계획을 의미한다.
양 위원은 "80년대 철거 위주 주택 재개발에서 신도시 개발, 뉴타운 사업으로 도시계획 패러다임이 변했다"며 "최근에는 지역밀착형 도시재생, 마을만들기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 주민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서울의 경우 주민들의 협조를 독려해야 할 자치구의 권한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자치구는 도시기본계획 입안권이 없고, 도시계획 결정과 관련해 소규모 시설 및 경미한 변경에 권한이 국한됐다.
도시계획조직 및 인력현황도 미약해 지난해 3월 기준 서울 성북ㆍ구로ㆍ강남구에서만 도시계획 상임계획단이 운영되고 있다는게 양 위원의 설명이다.
또 2000년 이후 20여개의 자치구에서 '자치구 발전계획' 재정비가 이뤄지고 있으나 비법정 행정계획, 비공식적인 내부 계획으로 활용되는 실정이다.
그는 "중앙정부, 서울시, 자치구 등 여러 부처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유형의 마을단위계획 중 유사한 사항은 통합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서울시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와 계획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전문가 100여명 중 57%가 자치구의 계획역량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며 "자치구가 주도하고 서울시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역할이 재정립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성태 서울시 주거환경 과장은 "서울시에도 마을공동체ㆍ사회경제ㆍ주거재생 등 3개의 지원센터가 있고, 유기적으로 운영 중"이라며 "올해 선정된 23개의 후보지와 서원마을 등을 포함해 현재 총 48개 구역에서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진행ㆍ완료됐다"고 해명했다.
최 과장은 발표 후 토론에 참여해 "인센티브를 제공해 약 10개 구청에서 전담팀을 통한 사업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며 "자치구의 역량강화도 중요하지만 마을 활동가와 기술자의 역량이 적절히 융합되도록 내년부터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올해는 기본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범 운영할 방침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협치기구의 중요성이 거듭 언급됐다.
황희연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후기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관 또는 민간주도 사업에 한계가 생겼다"며 "주민참여 활동을 지원하는 등 중간자 역할을 하는 협치기구 필요하다"고 전했다.
황 교수는 청주시 마을계획 사례를 들어 "2004년부터 '주민참여도시만들기지원센터'를 설립해 10여년 간 마을만들기사업, 도시재생사업 등을 지원해 왔다"며 "시개발 중심에서 기존 시가지 정비 중심으로 도시정책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협치기구를 통한 주민ㆍ행정ㆍ전문가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