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존 호킨스와 탁배기

2013-11-0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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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검은콩 탁배기. 탁배기는 막걸리의 경상도 방언이며 북한에서 막걸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기자는 지난달 29일 창조경제 창시자인 존 호킨스와 함께 막걸리집을 찾았다. 쌀로 빚은 한국 고유의 술이라는 말에 호킨스는 "술은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지만 한 번 마셔보고 싶다"고 흥미를 보였다. 

우리는 검은콩 막걸리를 주문했다. 처음 마시는 그를 위해 순한 것을 선택했다. 이 막걸리는 검은콩 특유의 맛과 향이 우러나온다. 다른 막걸리에 비해 순하고 부드러운 데다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호킨스는 조심스럽게 향을 음미한 후 들이켰다. 막걸리의 고소한 향에 취한 탓일까. 긴장이 풀렸는지 호킨스는 북한의 경제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그는 닫혀진 북한의 경제 빗장을 열기 위한 방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의 경제특구 도시를 기점으로 국제적인 비즈니스 교류가 필요하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최근 북한은 경제특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북한은 지방마다 외자유치를 위한 경제개발구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간조직인 조선경제개발협회에 따르면 현재 수백개의 외국 투자기업이 기계·전자·통신·은행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올해 북한은 지방의 경제특구인 경제개발구를 14군데 지정했다. 앞서 지난 3월 노동당 중앙전체회의에서 도마다 현지 실정에 맞는 경제개발구를 설치해 외자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었다. 

지난 2000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할 때 북한에 30가지 막걸리를 가져간 적이 있다. 당시 개성공단을 설립한 정 회장의 막걸리는 북한에 내민 민족 화합의 손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일 북한과 정상회담 가능성을 나타냈다. 남북관계에 진정한 신뢰가 있으면 경제적 협력도 가능하다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북한이 고집스러운 자존심을 포기하고 외자유치 등 경제개발에 나서는 지금이 막걸리 한 잔 내밀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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