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부채 악성화…비우량 기업도 자금난 우려

2013-10-3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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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걸림돌인 가계부채가 서민층을 넘어 중산층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는 가계빚 폭발 ‘뇌관’으로 불리는 자영업자의 영향이 크다. 

STX와 동양사태 등으로 불거진 일부 대기업의 유동성 문제도 심각한 상황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10대 기업과 나머지 기업 간 양극화는 더 벌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산층 빚 악성화…자영업자가 원인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상 우리나라 가계빚 규모는 2분기 말 현재 980조49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외 학계 및 경제기구들은 우리 경제 성장세를 제약할 수 있는 잠재 위험요인으로 ‘가계부채’를 1순위로 꼽는다. 

31일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빚의 악성화가 서민층을 넘어 중산층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악성부채가 양산되고 있어 향후 소비 부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소득 3분위에 속하는 자영업자의 원리금 상환부담 비율은 18.2%로 소득분위 전 구간에서 가장 높았다. 비은행 채무 역시 1분위(53.4%) 다음으로 3분위 자영업자가 43.2%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소득 3분위 임금근로자의 비은행권 채무가 28.3% 임을 감안하면 두 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중산층 자영업자의 채무부담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자영업자 부채는 규모뿐만 아니라 질도 나빠지고 있다. 올해 3월말 현재 자영업자 부채는 450조원 내외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부실 발생 가능성이 있는 잠재위험부채(원리금 상환비율 40% 초과, 주택담보인정비율 70% 초과)는 60조7000억원, 부실 위험이 높은 고위험부채(잠재위험부채+차주연령 60세 이상)는 13조5000억원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임금근로자와 기타종사자의 잠재위험 및 고위험 부채가 각각 13조5000억원과 2조원임을 감안하면 자영업자가 부실위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채 구조로 보면 자영업자 가계빚 중 일시상환방식 비중이 39.3%로 임금근로자(21.3%)에 비해 높다. 그런데 대부분 올해와 내년에 만기를 맞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과 비은행에 모두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의 다중채무 비중 또한 2010년 말 26.1%에서 올해 3월말 28.0%로 점차 상승하고 있다. 연체율도 0.84%에서 1.34%로 0.5%포인트 올랐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 세대의 은퇴에 따라 50세 이상 자영업자만 월평균 3만명씩 느는 등 자영업자가 고령화되면서 소득창출이 부진한 점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소득대비 대출이 400%를 초과하는 비중은 50세 이상이 43.9%로 50세 미만(38.6%)보다 높다. 

이를 바탕으로 소득 3~4분위 가구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점차 하락해 최근에는 정체되는 양상이다. 월소득 200만~300만원인 가구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2011년 4분기를 기점으로 계속 마이너스 상태다. 

한은은 "단기적으로는 자영업자 대출의 만기연장 배려, 자영업자의 부동산 담보대출 관련 규제 정비 등을 추진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자영업자 영업활동의 안정성을 높이는 정책적 지원 및 연금시장 활성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0대 기업만 잘 나가는 '불편한 진실'

기업 부문은 상위 10대 기업과 여타 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된 가운데 일부 대기업의 유동성 위험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상장사와 주요 비상장사 등 1700여 곳의 재무 구조를 분석한 결과, 상위 1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8% 상승한 데 반해 여타 기업은 9% 감소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10대 기업은 지난해 상반기 6.8%에서 올해 상반기 7.8%로 대폭 상승한 반면 여타 기업은 5.1%에서 4.7%로 하락했다. 특히 매출 규모 하위 20%에 해당하는 기업의 경우 평균 3.6%포인트 하락해 더 큰 하락폭을 보였다. 

대기업 중에서도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부채 과다기업의 55%가 적자를 기록해 일부 대기업의 유동성 위험도 큰 상황이다. 올해 6월말 현재 부채 과다기업인 대기업은 전체 대기업의 18.8%를 차지한다. 

이들 부채 과다기업의 올해 상반기 현재 차입금 중 잔존 만기가 1년 이내에 도래하는 기업 비중은 65%에 달했다. 이 기간 유동비율도 88%로 여타 대기업(139%)에 비해 낮은 데다 가용할 현금성 자산(단기 금융자산 포함) 규모도 단기성 차입금 대비 32%에 불과했다. 만기가 와도 차입금을 충당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한은은 "비우량 기업의 회사채 발행 여건도 악화되고 은행의 대출 조건도 강화돼 이들 기업이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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