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첫해 박근혜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었던 이번 10월 재·보선은 현 ‘민심의 리트머스지’나 다름없었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향후 정국에서 안정적인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이번 10·30 재·보선은 ‘초미니 선거’임에도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 구도와 정치 지형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으로 여야가 팽팽한 대치를 거듭하면서도 10월 재보선에 올인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친박근혜계 거물 정치인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의 당선이 일찌감치 점쳐졌던 경기 화성갑 역시 수도권의 민심 향방을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은 내년 지방선거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경북 포항 남·울릉에서는 새누리당 박명재 후보의 압승으로 끝나 포항이 여전히 새누리당의 텃밭임을 입증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재·보선에서 2곳 모두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지역 현안을 말끔히 해결하라는 지역의 강한 목소리와 국정을 힘있게 수행하라는 국민의 지지와 격려로 받아들이겠다”면서 “새누리당이 여기서 자만할 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심단결해 겸손하게 야당과 함께 국정과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기춘-정홍원-강창희-서청원 협력체제 구축 =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야권과 팽팽한 대치 정국을 이어왔지만, 이번 10월 재·보선 두 지역에서 모두 압승을 거두면서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됐다.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친박계 좌장격인 서 전 대표의 여의도 재입성을 계기로 당·정·청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홍원 국무총리, 강창희 국회의장, 서 전 대표의 강력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국정 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박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와 선을 긋고 민생정책을 필두로 국정에만 집중한다는 정국 운영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줄기찬 대선 개입 의혹 제기 속에 어려움을 겪었던 새누리당도 정국 주도권을 탈환하고 새 정부 첫 정기국회에서 정권의 주요 과제들을 입법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 서청원, 친박 구심점으로 부상할 듯 = 서 전 대표의 여의도 재입성으로 여권 내부의 역학 구도에도 지각 변동이 일수밖에 없다.
친박(친박근혜)의 좌장격인 서 후보가 7선 의원으로 원내에 입성하면 현재 김무성 의원(5선)이 독주하는 양상인 차기 당권 경쟁 구도를 포함한 여권 내 주요 권력 지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공교롭게도 재·보선으로 통해 여의도로 돌아온 두 사람은 상도동(김영삼 전 대통령)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서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주류로 편입, 급격히 분화되고 있는 친박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단일대오를 꾸리는 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이날 새누리당의 압승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정치는 국회, 청와대는 국정’이라는 기조의 연장선상으로 읽혀진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선 안도하는 기류가 감지됐다.
박 대통령의 뜻을 잘 아는 서 전 대표가 7선 의원으로 적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보다 더 원활한 당청관계 확립과 함께 대야(對野)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