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미 금융증권부 기자
최근 논란이 됐던 금융당국의 카드사 금융민원 조사도 그렇다. 어느 카드사가 민원이 제일 많나 봤더니 현대, 롯데, 삼성 등 기업계 카드사들이 줄줄이 올랐다. 각종 부가서비스 축소, 카드 발급심사 강화 등이 불명예의 이유였다.
기업계 카드사들은 억울하다. 은행계 카드사와 신용카드 비중이 높은 기업계 카드사를 동일한 잣대로 평가했다는 이유에서다.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를 하나로 묶어 금융 민원을 조사하면, 모집단이 큰 은행이 상대적으로 민원이 적게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체크카드는 민원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분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 기업계 카드사는 “실제로 신용카드만 모집단으로 뒀을 경우 자사는 뒤에서 2번째”라는 해명까지 했고 또 다른 기업계 카드사도 “우리는 민원 감축 분야에 힘을 쏟아도 성과는 늘 부진한 집단으로 비춰진다”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통계 하나로 그간 쌓았던 이미지를 깎아 먹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비슷한 케이스로 은행 내 한 부서에서 카드업을 병행하는 회사 역시 민원이 은행에서 발생했는지, 카드에서 발생했는지 가늠할 수 없는 점도 문제다.
통계는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파악해 미래의 상황을 미리 그려보고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보다 정확한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는 객관적, 공정한 통계가 필수다.
그러나 모집단 차체가 동등하지 않는 통계로는 민원감축의 미래를 그릴 수 없다. 되려 카드사를 차별한다는 이미지만 키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통계를 내세워 민원이 많은 카드사에 힘 있는 경고를 할 수 있는 금융당국의 자세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