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사외이사 활동내역 공시 제각각

 

시중은행 사외이사 1인당 평균 누적 활동시간(2013년 3월말~9월말/ 간담회 실적 등 포함).[자료=전국은행연합회 제공]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은행의 사외이사 활동내역 공시 방식이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7개 시중은행 중 지난 3월 말부터 9월 말까지 각종 간담회, 회의 참여 시간 등이 포함된 사외이사 누적 활동시간을 공시한 은행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 4곳이었다.

 

이들 은행 가운데 목표 활동시간과 실제 활동시간을 별도로 공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외환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실제 이사회 참가 시간만 공시했으며, 하나은행의 경우 아예 활동시간 자체를 공시하지 않았다.

 

시중은행 모두 사외이사 활동내역 공시에 대한 사항을 담은 은행연합회의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

 

모범규준 제4장 제18조는 사외이사의 활동시간을 목표와 실적으로 나눠 기재하고, 간담회 참여 실적 등이 포함된 누적 활동시간을 공시토록 하고 있다.

 

은행은 이사회 소집 시 이 같은 방식에 따라 회의 일시, 안건 내용(보고안건 포함), 사외이사 참석 및 찬성 여부, 제2장 제6조(사외이사 자격 요건) 해당 여부 등을 익월 15일까지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모범규준은 자율협약에 따른 행동지침으로 강제성이나 구체성이 떨어져 형식적인 지배구조 규범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이사회 참여 시간과 사전 안건 검토, 간담회 및 회의 참여 시간 등을 합산 공시한 4개 은행의 사외이사 활동시간은 총 1607시간, 평균 402시간이었다.

 

은행별 사외이사 총 활동시간은 신한은행이 514시간으로 가장 많았으며, 국민은행(430시간), SC은행(353시간), 우리은행(310시간)이 뒤를 이었다.

 

사외이사 1인당 평균 활동시간은 신한은행(73시간), 국민은행(61시간), 우리은행(52시간), SC은행(50시간) 순이었다.

 

은행에 따라 사외이사의 총 활동시간은 200시간 이상, 평균 활동시간은 20시간 이상 차이가 난다.

 

은행들의 이 같은 공시 행태와 사외이사의 활동 격차는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금융당국의 행보와 상반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사외이사의 연임 및 보상과 역할 및 책임에 대한 평가를 연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방안은 이사회 내 위원회 참여 현황을 비롯한 사외이사의 활동내역과 책임도에 상응하는 보상체계를 수립하고, 겸직업무를 포함한 개인별 활동내역과 보수를 공시토록 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지만,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거나 자기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위는 이러한 방안을 토대로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준법규정을 부여해 실질적인 규범성을 확보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