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비 침체…가계소득 늘어도 꽉 닫힌 지갑

2013-10-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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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요즘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속이 탄다.
세계 경제 회복세에 힘입은 국내 주요 경제지표 개선 가시화에도 불구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얼어붙었던 가계소비가 되살아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가계소비의 침체는 내수부진 및 사회 전체의 체력 약화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결국 경기회복에 족쇄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22일 각 부처 및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실질소득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6%, 3.6%, 0.3%, 1.3%로 증가세를 이어간 반면, 실질소비 증가율은 같은 기간 -0.7%, -0.3%, -2.4%, -0.4%를 기록하며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가계 소비지출이 부진한 데에는 여전히 낮은 체감경기에 가계부채까지 빠르게 증가하면서 소비심리에 빗장이 걸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가계부채의 양과 질이 모두 악화됐고, 특히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非)은행 대출과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가계부채는 이미 1000조원에 육박했다. 가계의 빚은 늘어나는데 소득 증가 속도보다 빠른 부채 증가로 상환능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가계부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라는 기조 하에 정부가 내놓은 각종 부동산 관련 대책의 영향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초 잠시 감소세를 보이던 가계부채는 2분기 '4·1 부동산 대책' 발표와 함께 다시 증가했다. 이를 시작으로 '7·24 대책', '8·28 전월세 대책' 등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정책 모두 금리인하와 대출규제 완화를 제시하며 사실상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겼다.

더욱이 소위 '미친 전세'란 말이 나올 정도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전셋값 탓에 주거부담이 커진 서민들이 전셋값 급등에 대비하기 위해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더욱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불안정한 고용시장과 고령화에 따른 노후불안은 가계소비 침체를 장기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고용률과 취업률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부진한 청년 취업률과 낮은 질의 시간제 일자리에만 의존하는 고용창출로 고용시장의 양적·질적인 회복이 지연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고용 안정성 악화는 현재 및 미래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결국 가계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의 17%나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시기가 본격화되면 우리 경제 소비는 더욱 둔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사회보장제도가 안정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노후를 착실히 준비하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에는 은퇴하거나 정년연장으로 계속 노동시장에 남아 있다 하더라도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서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조기퇴직으로 인해 벌어들일 소득은 줄어드는 반면 고령화의 심화로 기대수명은 늘어나면서 노후생활에 대한 경제적 불안감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마 전 믿었던 기초연금 공약마저 수정되면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소득이 증가함에도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고용·주거·노후 등 미래에 대한 불안에 따른 것"이라며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주거비와 사교육비 등 고정비용 성격이 있는 지출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주고, 일자리 확대, 전월세 가격 안정화 등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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