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CJ E&M] |
이날 일제의 탄압 속에 어렵게 자라온 움막촌 출신 강산은 뛰어난 실력에도 가난과 부자 학생의 각종 로비 등으로 대학 농구부 입단이 좌절되는 아픔을 겪는다. 일본 가택에서 식모살이를 하며 온갖 수모를 겪는 엄마 금천(박순천)을 위해 성공을 다짐하지만 현실에 벽에 부딪혀 결국 농구도박판이란 어둠의 세계로 빠져든다.
남대문 도박농구판의 판주 공윤배(공형진)는 강산의 능력을 일찌감치 파악, 그와 함께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강산을 이끌어준다. 마치 2013년도를 닮은 듯한 부조리한 현실은 1940년대를 살았던 그들에게 우리를 투영하게 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러브스토리를 짐작케 하는 강산과 최신영(이엘리야)의 만남도 그려진다. 당대 최고 농구스타 민치호(정도연)를 보기 위해 길거리를 나온 두 사람은 인파 속에 부딪혀 쓰러지고 강산은 신영에게 한눈에 반한다.
올곧은 심성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졌지만 친일 자본가인 아버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신영은 기자로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은 신여성이다. 아버지의 권유로 억지로 간 사교파티에서도 드레스에 카메라를 들고 치호를 취재하는 열의를 보인다.
신영의 친구들은 그의 억척스러움을 비웃으며 부자 남자친구가 사준 보석들을 자랑하는 등 허세를 피운다. 현재와 다를 바 없는 모습에 과학은 발전했고 생활수준은 높아졌으나 이념은 그대로인 듯 다시금 뒤를 돌아보게 한다.
무엇보다 일제강점기를 극사실적으로 그린 배경이 눈길을 끄는데 그 당시 실제 있었던 장소나 단어(혼마치, 황거요배, 미츠코시 백화점, 조선어멈 등)를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곽 감독은 지난 17일 서울 태평로 씨스퀘어에서 열린 프리시사회에서 "당시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기성세대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춘들의 삶을 그림으로써 누릴 수 있는 '공감', 우리 시대와 닮아있는 부조리함을 풍자하면서 말하고자 하는 '충고', 일제강점기에 대한 이해와 그릇된 역사의식을 고찰하는 '교육', 많은 요소가 한꺼번에 담기며 다소 무거운 감이 염려되는 가운데 '빠스껫 볼'은 지금 막 휘슬을 불었다. 과연 경기는 몇 대 몇으로 끝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