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 법정관리인 ‘3파전’ 갈등…경영진·동양증권·투자자간 선임 이견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법원의 동양그룹 법정관리 개시 여부 판단이 이번 주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법정관리인 선임을 둘러싸고 갈등이 일고 있다.

기존의 경영진을 법정관리인으로 추천한 동양그룹 측과 기존 경영진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동양증권 노조, 개인 동양 계열사 채권 및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양증권 노조 측은 개인투자자들과 연대하자며 손을 내밀었으나 개인투자자 측에서는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동양그룹의 법정관리인을 둘러싼 갈등이 3파전으로 나뉘어 부딪히고 있는 양상이다.

14일 관련업계와 동양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날 비대위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 계열사들의 법정관리인 및 구조조정담당임원(CRO) 추천 명단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추천인 명단은 기존에 비대위 측의 입장과 같이 기존 동양그룹의 경영진은 배제됐다.

앞서 동양그룹 측은 법정관리인으로 기존 계열사 경영진인 동양시멘트에 김종오, 동양네트웍스 김철, ㈜동양 박철원, 동양인터내셔널 손태구, 동양레저 금기룡 대표 등을 추천했다.

동양증권 노동조합 역시 법정관리인 추천인으로 기존 경영진을 배재한 비대위 입장에 동의한 상황이다.

김현민 동양증권 노동조합 부위원장은 “동양증권 노조는 법정관리인을 따로 추천하거나 법원에 요청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다만 기존 경영진을 법정관리인 명단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만큼 그런 면에서 동양 채권자 비대위의 입장과는 같다”고 말했다.

동양증권 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각 지역별로 분산되어 있는 채권단 협의회 (까페모임 등) 대표 등과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법정관리인 선임에 대해 투명한 관리인 선임을 요청하는 탄원서, 대 정부, 대 국회에 호소하는 방향 등 고객 자산 회수율을 높이는데 필요한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할 것”이라며 본사 차원의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의 입장은 냉담하다. 사실상 개인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채권을 판매한 동양증권 노조 역시 기존의 경영진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자신이 노조라고 밝혔던 담당 직원도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 안전하다고 강조해 왔었다”며 “동양증권 노조 측도 피해자라고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양그룹 채권 및 CP 개인투자자 대부분은 동양증권 측에서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실질적인 피해보상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개인투자자들과 동양증권은 채권 판매 과정의 녹취록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동양증권 측에 녹취자료를 요구했으나 관련 규정의 모호함으로 인해 동양증권 측에서는 “투자자들에게 녹취록을 제공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이르면 이번 주 초 법원에서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생절차 개시 여부와 법정관리인 선임이 결정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그 이후 기존의 동양그룹 경영진 측과 동양증권 노조, 동양 채권자 개인 투자자들 간의 갈등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