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관계자는 8일 “올해 창립기념일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휴일로 지켜진다”며 “회사 분위기상 별도 행사는 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매년 해왔던 임직원 봉사활동은 이번달 말께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창립 20주년이었던 지난 2003년에도 워크아웃 상태에 있어 기념 행사를 개최하지 못했다. 하이닉스는 유동성 위기로 2001년 10월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가 2005년 7월 워크아웃을 종료했다.
이후 이 회사는 실적이 개선되며 2010년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2조9600억원)을 달성하는 등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지난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에는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10% 확대하고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업체 LAMP인수·이탈리아 기술센터 설립·청주 M12공장 준공 등 공격적 사업 확장에 나섰다.
특히 올해는 창립 30주년을 맞이해 ‘세계 최고 종합 반도체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장밋빛 청사진을 그렸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도 올해 초 주주총회를 통해 “큰 뜻을 세우고 성공을 향해 달려간다는 ‘이립’의 의미처럼 세계 최고 반도체 회사로의 성장을 목표로 질적 경쟁력 확보의 원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중국 우시 공장 화재와 최태원 회장 실형 선고 등 악재가 겹치면서 최근 사내 분위기는 한층 침체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 회장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특히 최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형제가 동시에 실형을 선고받으며 SK그룹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은 지난달 4일 발생한 화재로 일부 라인이 여전히 가동을 멈춘 상태다. 현재 손상된 공기정화시설의 복구를 완료하고 일부 장치가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서는 최종 정상화 시점이 내년 1분기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손실액은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회사 측은 당분간 공장 복구와 내부 분위기 쇄신에 온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앞서 10월 초중반까지 시설 점검 및 복구를 완료하고 11월 중에는 사고 이전의 정상가동 수준으로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성욱 사장도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계획대로 중국 우시 공장 복구를 11월 중 완료할 예정”이라며 공장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