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 무효 전세시장, “전세수요 매매·월세 분산 방안 마련 시급”

2013-10-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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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명철 기자=정부의 잇단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전셋값 상승세가 그칠줄 모르고 있다.

최근 전세난은 전세매물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근본 원인인 만큼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백약이 소용없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무엇보다 전세에 집중된 수요를 매매와 월세 등으로 다양하게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최근 조금씩 회복되는 매수세를 진작시키고 월세 시장으로 연착륙을 지원할 수 있는 추가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정부 대책 비웃으며 치솟는 전셋값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세입자들은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체결하거나 그마저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다섯째주 현재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 주 대비 0.22% 오르면서 58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보다 5.32% 높은 수준이다. 서울·수도권(0.30%)이 58주, 지방(0.15)은 59주째 오름세다.

부동산써브 조사에서는 이달 첫째주 기준 서울 평균 전세가가 2억8235만원으로 수도권 평균 매매가(2억7895만원)를 추월했다. 수도권에 소유한 아파트 한 채를 팔아도 서울 아파트 전세를 구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올들어 전셋값이 5000만~1억원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서울에서 시작한 전세난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전세난 해결을 위해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매매시장 활성화였다. 시장 침체로 전세로만 몰리는 수요를 매매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었다. 8·28 대책을 통한 취득세 인하와 주택구입 자금 지원 확대 등으로 매수세가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다. 감정원 조사에서 9월부터 전국 아파트값은 5주째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매매시장 회복세와 함께 전셋값 역시 계속 상승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9월부터 매매가 상승 및 거래량 증가 등 효과가 있었지만 대부분 정부 대책의 혜택이 몰린 중소형에 국한된 것"이라며 "지역별로 고른 상승세와 추격 매수가 나타나지 않아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전세난을 해결하겠다며 도입된 목돈 안 드는 전세 대출(집주인이 보증금을 대출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납부)의 경우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며 결국 정부 전세대책에 대해 강한 불신만 심어준 꼴이 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주인이 직접 대출을 받아야하는데 지금 같은 임대인 우위 시장에서는 소용없는 제도"라며 "국토부장관이 직접 제안한 정책이어서 쉽게 폐지되진 않겠지만 효과를 보려면 보다 강력한 혜택이 주어져야한다"고 조언했다.

◆"매매 활성화 우선, 월세 연착륙도 도모해야"

끝모르고 오르는 전셋값을 잡기 위해서는 우선 매매시장의 불투명성을 없애 매수세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다.

매매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몇년째 국회에서 발목을 잡고 있는 주요 규제완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가 꼽힌다. 특히 서울·수도권 매매시장이 바닥을 다지는 요즘이야말로 적기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서승환 국토부장관도 지난달 말 전세난 등 주택시장 문제에 대해 "주택시장이 정상화되면 해결될 수 있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4·1대책 이후 국회에 계류된 법안들이 빨리 처리되는 것이 필수"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남수 팀장은 "최근 집주인의 월세 선호 등으로 주택 재고 물량이 많지 않아 당분간 전세난은 기약없이 계속될 전망"이라며 "기본적으로 입주 물량이 많아야 하는데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만큼 정부의 후속대책 입법을 통해 매매시장을 활성화해야 매수세가 늘고 전세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주요 부동산 관련 법안으로는 취득세 영구 인하를 비롯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등이 있다.

주택 구입자금 지원 및 임대주택 공급 확대도 중요하다. 함영진 센터장은 "장기 모기지 상품 등의 계획을 구체화하고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게만 주는 혜택을 1주택자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주택 공급을 위해 행복주택 사업의 조속한 추진과 미분양 매입 임대, 기업형 임대를 육성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전세난이 매매시장 침체와 전셋값 상승세만이 아닌 월세주택 증가의 영향도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매매시장을 살리는 데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적절한 월세시장 대책을 통해 연착륙을 지원해야 효율적인 전세수요 분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한 주택이 많고, 재계약 시 반전세도 늘면서 순수 전세 물량은 계속 줄고 있는데 임차인들은 전세를 선호해 전셋값만 오르는 양상"이라며 "대한주택보증을 통한 월세 보증상품 출시와 금융권의 월세대출 등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면 전월세 양극화 해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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