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 관계·남성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는 영업 분야에서 여성의 소프트파워를 앞세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스마트세대가 있다. 박선정 애경 유통사업본부 MD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애경 유통사업본부에서 할인점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그가 맡고 있는 대형마트는 총 15개다. 하루에 뛰는 거리는 평균 100㎞, 많을 때는 300㎞가 넘을 때도 있다.
그의 손에서 발생되고 있는 매출은 월평균 4억원, 1년으로 치면 자그마치 50억원 수준이다.
특히 올해 애경 MD들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 기준 기존 B급 매장을 A급 매장으로 올려놓았다. 대형마트 영업규제와 장기 불황 속에서 거둔 성과다.
이에 그는 지난 6월 이 회사에서 실시 중인 단기성과포상제도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각종 규제가 늘어남에 따라 마트 본사가 직접 행사를 챙기는 경우가 많아 과거와 달리 영업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며 "때문에 업체들간 경쟁도 심해져 현상유지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값지다"고 말했다.
성과가 더욱 눈에 띄는 이유는 아직 영업 부문이 여성들의 불모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개선됐다고 하지만 갑을관계·군대문화 등 남성 중심적 문화가 여전히 잔재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애경의 전체 영업사원 가운데 여성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박선정 MD는 "여전히 남성 영업사원이 많아서 그런지 군대처럼 딱딱한 분위기"라며 "게다가 여자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입사하기 때문에 마트 담당자들이 우습게 보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듯 일이 힘들다 보니 여성사원들의 퇴직도 많다"며 "함께 입사했던 여자 동기들 가운데 절반 밖에 남질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같은 불리함을 돌파한 비법은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소처럼 우직한 끈기였다.
박선정 MD는 "생활용품의 경우 다른 품목과 달리 여성 영업사원이 담당자들과 신뢰를 쌓는 데 유리한 면이 있다"면서 "여기에 매장 바이어가 귀찮아할 정도로 매일 찾아가 설득했던 끈기도 한몫했다"고 강조했다.
박 MD의 가장 큰 목표는 영업 환경에 남아있는 관행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여성들이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영업 문화를 바꾸고 싶다"며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후배들과 공유하고, 또 그들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