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지금 '도덕적 해이'로 신음 중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국내 기업 및 금융사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으면서 금융권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동양그룹 사태도 근본적으로는 그룹 경영진과 증권사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금융사고 현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금융사고에 연루된 임직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 투자의 위험성에 둔감한 채 고수익만 쫓으려는 금융소비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높다.

◆동양사태 본질은 '도덕적 해이'

최근 5년간 금융사고 발생 현황(자료:금융감독원)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회사 임직원의 위법·부당 행위로 금융회사 또는 금융소비자에게 손실을 초래한 금융사고는 2008년 1085억원(223건), 2009년 1246억원(199건), 2010년 6916억원(191건), 2011년 1240억원(179건), 2012년 747억원(184건)이다.

지난해 금융사고 피해액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지만, 사고 건수는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에도 금융사고 건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금융권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동양사태로 인해 금융사와 금융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피해 규모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동양그룹이 발행한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한 개인들은 일정 수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계열사에 대한 대출 등 여신과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모든 채권채무는 동결된다"며 "향후 법원이 회생계획안 인가를 하면 회수율이 정해지고, 투자자들은 일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몫이다. 하지만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 분명한데도 투자자들을 현혹했다는 점에서 동양그룹의 도덕적 해이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동양그룹 경영진에 대한 형사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동양사태는 저축은행 사태보다 심각한 도덕적 해이와 금융시스템의 허점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며 "불완전판매 차원을 넘어 사기에 해당되는 심각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투기등급 어음 및 회사채 발행의 적법성, 유통과 판매상의 문제, 분식회계 의혹 등과 관련해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에 대한 민형사상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는 "동양사태의 1차적 책임자는 자본이 완전히 잠식된 상태에서도 핵심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앞세워 투자부적격 등급 채권들을 무리하게 남발해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 모은 동양그룹 경영진"이라고 지적했다.

◆만연한 위법과 투자자 안전불감증

도덕적 해이는 단지 동양그룹 또는 동양증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비리와 규정위반 등으로 제재를 받은 금융회사 임직원은 이미 352명에 달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민은행 도쿄지점 직원들이 1700억원 이상의 부당대출을 실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신한은행은 자기앞수표 용지 1000장을 분실하기도 했다.

증권업계도 심각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재경 의원(새누리당)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증권사 제재현황'을 살펴보면 금감원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총 137차례에 걸쳐 54개 증권사들의 법 위반행위를 적발했다.

금감원은 증권사 임직원 486명에 대해 문책을 요구했고, 19개 증권사에 대해 기관 주의 및 경고조치를 내렸다. 10명 이상의 임직원이 문책을 요구받은 증권사는 15개사였다.

김 의원은 "금융사 직원들의 불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되지만, 징계수위는 매우 낮다"며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기 위해 주요 혐의에 대한 검찰고발 의무화와 사측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금융사 뿐 아니라 금융소비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동양사태를 계기로 높은 수익률에만 현혹된 일부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동양그룹 CP가 모두 불완전한 방식으로 판매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금융소비자들도 막무가내로 고수익만 쫓으려는 잘못된 투자 습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