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지 여부에 쏠려있다. 한은이 현재까지 내놓은 수치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은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내년 상반기 4.1%, 하반기 3.9% 성장해 연간 4.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이전 전망치인 3.8%보다 0.2%포인트 높인 것이다. 당시 이를 두고 ‘낙관론’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정부 역시 4.0%의 성장률을 예상했으나 2014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성장률을 0.1%포인트 낮춘 3.9%로 하향 조정했다. 이 또한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한은과 정부의 이 같은 시각은 모두 세계 경제의 회복을 바탕에 깔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면 수출이 늘고 국제원자재 가격도 안정돼 교역 조건도 좋아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 역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경로는 당초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여건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불리하다 볼 수 없고 내수 역시 전망 당시 상황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신흥국들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은이 내년 성장률 전망을 수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3~3.5%에서 2.9~3.1%로 낮췄다. 인도는 6.4%에서 5.3%로, 러시아는 3.7%에서 2.8~3.2%로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상황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부채 한도 협상 등 재정 관련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고, 유럽은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으나 일시적일 수 있으며 여전히 실업률이 높은 상태”라며 “중국과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브릭스 국가들의 성장세도 둔화되는 모양새여서 전반적으로 세계경제 여건이 기대만큼 개선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 경제 회복이 더디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한은의 성장 전망치는 다소 낙관적”이라며 “성장률을 예상하자면 3% 조금 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역시 “4.0%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수치”라고 지적했다.
허 연구원은 “올해 들어 동남아 수출 비중은 22.8%로 제1수출 대상국인 중국(25.6%)과 맞먹는데 이 곳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고, 중남미 지역의 수출 증가율은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면서 “내수가 취약한 상황에서 신흥국의 경기침체 영향으로 수출이 악화되면 4.0% 달성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워낙 좋지 않았던 데 따른 반등효과로 3% 중반에서 4%대까지는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선진국이 부채를 줄이기 위해 예전처럼 경제 회복기에 수입을 늘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교역 증가속도의 둔화가 성장폭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 개발은행(ADB)은 지난 2일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3.7%에서 3.5%로 0.2%포인트 내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