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건강보험 개혁안을 뜻하는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한 2014회계연도 잠정 예산안을 통과시키자 상원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연방정부 폐쇄가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날 해리 리드(네바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오바마케어 예산 삭감과 같은 논란의 여지가 많은 ‘군더더기’를 포함한 잠정 예산안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원 지도부는 앞으로 며칠 동안 깔끔한 잠정 예산안을 통과시키든지, 연방정부가 문을 닫도록 내버려둘 것인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상원 민주당 중진의원들도 일제히 하원이 통과시킨 잠정 예산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맥스 보커스(몬태나) 상원 재정위원장과 패티 머레이(워싱턴) 상원 예산위원장은 이날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공화당 내 티파티(극우 보수주의) 의원들과 지도부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을 위기 상황에 처하게 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근로자들과 경기를 또 다른 벼랑 끝 대결과 불확실성으로 이끄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상원에서 잠정 예산안을 개정해 통과시키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상원의원 100명 중 민주당 의원은 54명으로 과반수지만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막는 데 필요한 의석 수인 60석보다는 적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상원에서 오바마케어를 되살린 잠정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추진하더라도 공화당이 필리버스터로 저지하면 통과가 어렵다.
설사 오바마케어가 포함된 잠정 예산안이 상원에서 통과되더라도 하원에서 또 오바마케어를 뺀 잠정 예산안을 통과시켜 상원으로 보내는 식으로 미국 의회가 공방만 거듭하면서 2014회계연도 예산안 처리 시한이 지나 다음 달 1일부터 연방정부 폐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달 말까지 2014회계연도 예산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미국 연방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국가 안보와 인명의 안전, 국유 재산 보호 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정 지출이 불가능하다. 지난 1970년대 이후 미국은 17번이나 연방정부 일시 폐쇄를 경험했다.
미국 국방부 조지 리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국방부 각 부서에 정부가 문을 닫는 사태에 대비하라고 경고했다”며 “세계 각지에 파병된 미군은 계속 근무하겠지만 상당수 민간 직원에게는 무급 휴가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조지 리틀 대변인은 “군 병력 봉급도 제때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민들은 오바마케어 무산 시도가 연방정부 폐쇄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반대 여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NBC 방송이 지난 16∼19일 전국 유권자 800명(오차범위 ±3.4%포인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케어를 무산시키기 위한 시도가 연방정부 폐쇄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59%가 ‘반대’ 입장을 밝혔고 19%만이 ‘찬성’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이 오바마케어를 무산시키려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가 44%, 찬성이 38%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