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릭 스텐손의 클럽 일부 |
스텐손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GC(파70)에서 시작된 대회에서 첫날 64타, 둘째날 66타를 치며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첫날은 1타차 선두였으나 둘째날은 4타차 선두다.
플레이오프는 4개대회로 구성됐고 이번이 마지막 4차대회다. 3차대회까지 스텐손은 페덱스 플레이오프 포인트 랭킹 2위다. 랭킹 1위 타이거 우즈(미국)와 포인트차는 250점에 불과하다. 따라서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할 경우 페덱스컵 챔피언이 될 수 있다. 그러면 투어챔피언십 우승상금 144만달러에다가 페덱스컵 우승보너스 1000만달러를 합해 총 1144만달러(약 124억원)를 손에 쥐게 된다.
2라운드 현재 스텐손이 페덱스컵의 유력한 우승후보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스텐손은 2라운드에서 하마터면 4벌타, 심지어 실격까지 받을 수 있었던 위기를 넘겼다.
그는 2라운드를 앞두고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을 했다. 4번 우드(캘러웨이 X핫 프로, 로프트 17도)로 볼 다섯개를 쳐보았다. 세 번은 괜찮았는데, 나중의 두 번은 소리가 이상했다. 곁에 있던 스티브 스트리커한테 “클럽이 이상하다”고 말을 건네면서 헤드를 보니 페이스가 움푹 패였다. 아무래도 이상이 있는 듯하여 트레이너에게 “라커룸에 보관하라”고 말하고 던져주었다. 그러고는 13개의 클럽으로 2라운드에 임했다.
스텐손은 지난주 BMW챔피언십 4라운드 18번홀(파5)에서도 드라이버샷이 뜻대로 되지 않자 그 자리에서 드라이버를 땅에 팽개쳐 헤드를 날려버렸다. 이번에도 ‘그깟 우드 하나 없으면 어때?’하는 심산이었는지 모른다.
헨릭 스텐손 |
스텐손은 평소 우드 2개(13도, 17도), 아이언 7개(3∼9번), 웨지 3개(피칭, 52도, 58도), 그리고 드라이버와 퍼터 등 14개를 갖고 다닌다.
그런데 톱랭커 30명만 출전하는 대회라 그랬던지, 레인지에서도 갤러리들이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던 모양이다. 한 시청자가 경기위원회에 “스텐손의 우드가 라운드전 손상됐다는데 사용했는가, 안했는가?”라고 전화를 해왔다. 최근 팀 핀첨 미PGA투어 커미셔너가 “앞으로 시청자들의 제보에 의해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아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마크 레셸 투어 경기위원회 부위원장은 라운드를 마친 스텐손에게 다가가 4번 우드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다. 스텐손이 4번 우드를 아예 빼고 나갔다고 하자 경기위원은 “그러면 아무 이상없다”고 물러났다.
스텐손이 망가진 4번 우드를 넣고 플레이했다면 어떻게 될까. 첫째 단순히 넣기만 하고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4벌타를 받는다. 라운드전 클럽이 손상된 것을 알고도 백속에 넣었기 때문에 위반한 홀마다 2벌타, 한 라운드에 최대 4벌타를 받는다는 규칙(4조, 부칙 Ⅱ)에 따른 것이다. 만약 스텐손이 4번 우드를 사용했다면 실격이다. 규칙 4조3항c에 “라운드전에 클럽이 손상된 것을 알고도 사용하면 실격”이라고 돼있다. 헤드 페이스가 움푹 파인 것은 손상된 것이고 이는 규정에 적합하지 않은 비공인 클럽으로 간주된다. 얼마전 투어 윈덤챔피언십에서도 찰스 하웰 3세가 비공인 클럽(손상된 클럽)을 사용한 것이 발견돼 실격당했다.
스텐손은 2라운드 후 “우드의 헤드가 좀 파였다고 하여 비공인 클럽이 되는 줄 몰랐다. 물론 그것을 갖고 나가는 것만으로도 페널티가 부과된다는 사실도 몰랐다. 나는 골프규칙을 70%정도 안다고 생각한다. 이번 케이스는 모르는 30%에 속하는 것이다. 망가진 4번 우드를 라커룸에 보관키로 한 결정은 정말 잘 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하마터면 4번 우드를 백속에 넣고 나가거나, 라운드 중 사용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백속에서 넣기만 했다면 4벌타를 받아 2라운드 후 애덤 스콧과 공동 선두가 됐을 것이고, 사용했더라면 선두로서 실격당했을 것이다.
스텐손이 페덱스컵에서 우승한다면, 2라운드 직전의 판단 하나가 124억원을 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