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정부의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이 '과잉 보호'란 비난을 사고 있다. 또 정부가 채무자들에게 민원 접수를 부추겨 '블랙컨슈머'를 양산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채권추심 업무를 하는 신용정보업계는 수익 악화와 무분별한 민원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채무자가 소위 '갑'의 입장에 놓인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신용정보업계, 수익악화·민원 '이중고'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동안 접수된 채권추심 관련 민원은 1554건이다. 2010년 2431건, 2011년 2857건, 2012년 2665건과 비교하면 올해에는 6개월 동안 예년의 절반 수준을 넘은 셈이다.
상반기 발생한 주요 민원 유형은 △채무사실의 제3자 고지 38.0% △과도한 독촉행위 21.7% △사전 약속 없는 추심 10.1% 등이다. 이처럼 채권추심 관련 민원이 증가하자 금감원은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을 새로 마련하고 불법추심 단속을 강화했다.
지난 7월 금감원으로부터 가이드라인을 전달받은 신용정보사들은 직원 교육을 강화하지만, 실제로는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이다. 국민행복기금 등을 통한 채무변제가 늘면서 신용정보사의 수익은 급감하고, 반대로 악의적인 민원이 갈수록 느는 것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한국신용정보협회에 따르면 회원사들은 올해 수익이 지난해와 비교해 적게는 10%, 많게는 2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말로 접어들수록 국민행복기금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수익 감소폭은 본격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한 신용정보사 관계자는 "올해 1~8월 매출액을 집계해 본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이미 2.97% 떨어졌다"며 "하반기에는 매출액이 더 감소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반대로 민원은 더욱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가 악성 채무자에 대한 해결책도 강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채무자가 되레 협박 "민원 넣겠다"
현장에서 채무자들을 직접 만나야 하는 채권추심 담당자들의 고충은 더 하다. 채무자를 불법적으로 과도하게 압박하는 추심업자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돈이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채무 변제를 회피하는 악성 채무자들을 대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국민행복기금 지원과 민원 감축 정책을 믿고 소위 '배째라'는 식의 악성 채무자들이 늘고 있다는 게 신용정보사의 하소연이다.
10년째 신용정보사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국민행복기금이 알려진 후 채무 사실을 통지해도 '나 몰라라'하는 채무자들이 부지기수"라며 "국민행복기금으로 채무의 60%를 탕감 받은 후 120개월 간 분납하니 한 달 변재액이 1만원도 채 안 되는 채무자도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개인회생이나 파산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지면서 고의적으로 채무를 연체하는 경우도 눈에 띠게 늘었다고 한다. 여러 장의 신용카드로 카드론을 약 1000만원 받고 2~3년 후 원금을 상환하는 식으로 결제방식을 바꾼 후 이자도 납부하지 않은 채 회생 및 파산을 신청하는 채무자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막무가내 민원'도 문제다. 한 신용정보사 영업점에 근무하는 유모씨는 "낮에 바쁘기 때문에 밤 10시에 전화 달라는 채무자의 부탁으로 약속한 시간에 전화를 했더니, 채무자는 다음날 늦은 시간에 전화했다는 이유로 민원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이 불법추심 근절을 강조하고 민원 접수를 독려하자 민원을 넣겠다고 되레 큰 소리 치는 채무자들도 늘었다"며 "불법추심은 근절돼야겠지만 정부가 악성 채무자 실태도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