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안함' 정지영 감독 "CJ·롯데, 보이지 않는 압력 무서워하고 있는 것"

2013-09-12 15:02
  • 글자크기 설정

"이윤 추구하는 기업이 돈 덩어리 마다하는 우스운 사회"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제작자 정지영 감독이 지난 9월 9일 메가박스 상영 중단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 중 생각에 잠겼다.[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한국영화 역사상 웃지 못할 촌극이 발생했다. 국내 3대 멀티플렉스 메가박스가 22개 스크린에 걸린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감독 백승우·제작 아우라픽처스)를 개봉 이틀째인 지난 6일 '밝힐 수 없는 단체로부터의 협박' 등을 이유로 상영을 중단시켰다. 개봉 전날 일부 군 관계자들과 유족들이 사법부에 제출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기각 판결을 받아 가까스로 개봉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찾아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정지영(66) 감독은 12일 아주경제에 "상영 중이던 영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체에 의해 스크린에서 내려온 일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면서 "이와 비슷한 일도 없었다"고 탄식했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 서대문구 아트하우스모모, 동작구 아트나인, 강릉독립예술극장, 거제아트시네마, 부산 국도앤가람예술관과 아트씨어터 씨앤씨까지 전국 7개관에서만 상영됐지만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2일에는 영화공간주안, 광주극장, 부산국도앤가람 등에서 추가로 개봉했다.

정 감독은 "1위인 상황이라 더욱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멀티플렉스 메가박스의 상영 중단 통보는 더욱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대중이 천안함 프로젝트를 관람하는 것을 싫어하는 단체 혹은 파워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중요한 것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많은 관객들께 보여드리는 게 저의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공동체 상영 등 여러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제작자 정지영 감독이 지난 9월 9일 메가박스 상영 중단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정 감독은 "이만큼 언론과 대중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라면 메가박스도 못 버티고 협박 단체가 어디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상영을 중단했으면 많은 금전적 손해를 본 셈인데 수사를 요청하지도 않고 영화 간판만 내린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당국에 고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힘인지 모르겠지만, 메가박스 스스로 의혹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서울 다양성영화관들에서 천안함 프로젝트는 매회 매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며 "백승우 감독이 GV(Guest Visit·감독과 관객 간의 대화) 후에 관객들이 하는 얘기에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제주도나 춘천 등 다양성영화관이 없는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람들이 서울에 올라와 다양성영화관을 찾았다는 것은 이 영화를 못 보게 하려는 어떤 힘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못 보게 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었다. 그들의 전략이 실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애꿎은 메가박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애초에 관을 내주지 않은 CJ CGV나 롯데시네마에 비난의 화살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 감독은 "CJ CGV나 롯데시네마가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해 상품가치가 없어 상영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현실은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1위다. 2~5위 모두는 해당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CGV와 롯데시네마의 상업 논리에 맞추려면 얼른 이 영화를 스크린에 걸어야 하지만 보이지 않는 압력을 메가박스부터 CJ, 롯데가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 아니냐"며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이 돈뭉치를 마다하는 우스운 사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메가박스의 관계자는 "실제로 몇몇 지점에 개인 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나 환불 조치를 요구하거나 언성을 높이고 작은 소동을 일으킨 일이 있었다"고 상영 중단에 대해 부분적으로 해명하면서도 단체명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현재 내부적으로 상영 중단 사태에 대한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모호한 입장만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