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광주와 부산·울산 등 5개 사업장에서 임직원 900여명에게 아파트 분양을 떠넘긴 B건설은 2300억원 가량의 중도금 대출을 받은 후 입주 전 분양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자가 많다는 말만 믿고 분양 받았던 계약자들은 아파트값 하락에 하우스푸어로 내몰렸다.
정부가 건설업계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수요자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자서분양 근절에 나섰다. 이에 따라 자서분양 합동조사반 및 피해방지 위원회가 운영되고 임직원 분양률이 5% 이상 되면 대한주택보증이 분양대금을 직접 관리토록 했다. 일반 수요자들의 피해 방지를 위해 아파트 분양률도 공개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대주보·한국주택금융공사·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는 자서분양 피해 방지를 위해 이 같은 내용의 종합대책을 수립·시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자서분양은 주택건설사가 자사 또는 협력업체 임직원(가족)에게 주택을 강제로 분양받도록 하는 것이다. 경기가 안 좋을 때 자서분양을 받은 임직원 명의로 중도금 대출을 받아 건설자금을 마련하고 분양률이 높여 마케팅에 이용할 수 있어 건설업계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가맹조직 25개사에서 이뤄진 자서분양이 지난해말 기준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자서분양을 받은 임직원들이 회사 부도 시 중도금 대출이자 부담을 떠안거나 분양보증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자서분양으로 높아진 분양률을 믿고 산 일반 계약자들도 건설사 부도나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대동주택의 경우 임직원에 계약자에 대한 환급 이행을 거절해 소송이 진행 중이며, 벽산건설 노조원 50여명은 경기도 고양시 식사동 자서분양 108가구 중도금 대출을 대출은행이 해소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해놓은 상태다.
풍림산업은 직원 650여명이 개인당 3억~18억원 상당의 분양계약 자서로 대출금 이자 부담을 떠안았고, 성원건설도 20여명의 임원들에게 미분양 주택을 구입토록 했다.
영조주택은 명지1차 사업장에 대해 회사직원·가족·중개업자 명의로 554가구 분양계약서를 이용해 907억원 중도금을 대출 받아 윤호원 대표가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자서분양 피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불공정 거래행위나 민법·형법상으로도 처벌이 가능하지만 시간과 비용 소모가 크고 실질적 피해 구제에는 한계가 있었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우선 건설사 임직원의 신고가 가능한 자서분양 신고 콜센터를 건설노조에 설치하고 이를 대주보나 국토부에 통보하게 되면 합동조사반을 가동키로 했다.
은행에p서는 임직원(가족 포함) 분양자에게 원칙적으로 중도금 대출을 제외하고 건설노조의 자의여부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대출을 허용키로 했다. 국가·지자체·LH·지방공사 등 공공사업주체가 시행하는 사업장은 제외된다.
임직원 여부 확인은 은행이 전체 분양자로부터 ‘4대 사회보험 가입자 가입내역 확인서’ 또는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를 제출받아 확인하게 된다.
건설노조는 자서분양 피해방지 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임직원 분양자에게 자서분양 폐해 등을 충분히 상담·고지한 후 자의여부확인서를 발급토록 했다.
대주보는 임직원 분양률이 청약순위 및 자서분양 여부 관계없이 누적 5% 이상이 되면 직접 분양대금을 관리해 사업 부도에 따른 피해를 예방할 계획이다. 공공사업주체가 시행하거나 초기 계약률 50% 이상 사업장은 제외된다.
또 대주보는 자체 홈페이지에 미분양률과 임직원 분양률을 포함한 분양률을 게재하게 된다. 사업주체가 공급계약후 7일 내 대주보에 계약자 명단을 제출하면 이를 근거로 분양률 통계를 작성한다.
주택협회는 회원사에게 자서분양 관행을 근절토록 자정노력을 촉구하고 사업주체와 건설노조도 임직원 등 계약자에게 자서분양 피해를 충분히 홍보토록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서분양자에 대한 중도금 대출을 원천적으로 막아 피해를 사전 방지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며 “관계기관과 함께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