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 사태는 영화계의 중대한 위기"

2013-09-0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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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백승우 이준익 감독 및 정상민 아우라픽처스 대표이사, 양기훈 스크리쿼터문화연대 대표, 이은 한국제작가협회, 최은화 한국프로듀서조합장 등 많은 영화인들이 9일 오전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 모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영화계가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메가박스 상영 중단 사태에 대해 "영화계 전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중대한 위기"라고 말했다.

정지영, 백승우 감독과 영화인회의,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여성영화인모임, 영화마케팅사협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스크린쿼터문화연대,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등 영화계는 9일 오전 11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천안함 프로젝트 메가박스 상영 중단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굴지의 영화상영관 체인 메가박스가 정체불명의 단체가 가한 압력으로 상영을 중단한 것은 일차적으로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에 대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이어 "천안함 프로젝트는 3년 전 북한의 어뢰에 폭침 당했다고 결론지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방부가 발간한 보고서를 토대로 여러 의문점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의 보장과 진실추적을 위한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작품"이라며 "실체적 진실파악을 위한 질문이 금지돼 있는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들 중 어디도 없다"고 강조했다.

영화계는 "이 영화는 이미 등급분류위원회에서 '12세 가'의 심의를 받았고 천안함 사건 일부 군 관계자들과 유족들이 사법부에 제출한 상영금지가처분신청에 대해서도 기각판결을 받은 작품"이라며 "9월 5일 첫 상영부터 다양성 영화부문 1위의 관객동원력을 보였으며 개봉 이틀째인 6일, 메가박스로부터 상영관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지 불과 몇 시간 후에 바로 그 메가박스로부터 상영을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우리는 이를 영화계 전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중대한 위기로 판단했다"고 성토했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제작자 정지영 감독이 메가박스 상영 중단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 중 생각에 잠겼다.[사진=남궁진웅 기자]
영화계가 위기로 판단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첫째,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영화산업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굴지의 기업이 정체불명의 단체가 가한 초법적 공갈과 협박에 굴복해 상영을 중단해야할 정도로 우리 영화산업계가 허약하다면 이번 사태는 향후 영화계 전체를 위축시키는 중차대한 사건이 아닐까? 이는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 둘째, 2011년 첫 작품 '부러진 화살'(감독 정지영)을 성공시키며 연이어 기록영화 '영화판'(감독 허철), 극영화 '남영동 1985'(감독 정지영), 문제의 작품 천안함 프로젝트(감독 백승우) 등 짧은 시간에 놀랄만한 활동력으로 국제영화제 수상 등을 기록하며 영화계에 모범을 보여 온 아우라픽처스가 이렇듯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면 우리 영화인들은 앞으로 어떻게 제작하고 배급하고 상영해야 하는가? 이는 정부의 문화중흥 정책과도 정면 배치된다.

△ 셋째, 한국영화가 꾸준히 국제경쟁력을 획득한 이후, 한국 영화계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계영화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이 시점에, 이번 사태가 한국영화계의 위상을 형편없이 추락시키는 국제적 망신 사례로 기록되는 건 아닐까? 그것은 문화 후진국이라는 한국의 국제적 평판을 가져올 것이며 이는 정부로서도 바라는 일이 결코 아닐 것이다.

영화계는 "천안함 프로젝트가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라는 이유로 또 다른 상영관 체인인 CGV나 롯데시네마로부터 외면당했을 때 메가박스에서 22개의 상영관을 내주었다는 소식에 소외받는 다양성영화에 대한 사랑과 진정성에 박수를 보냈다"며 "그런 메가박스가 단 하루 만에 이름을 밝힐 수 없다는 보수단체의 협박에 상영 중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런 식의 협박이 아무런 제재 없이 통하는 곳이 된다면 이는 삼류 사회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며 메가박스 측과 정책당국에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 첫째, 메가박스 측은 협박을 한 보수단체의 이름을 밝히고 수사당국에 고발하라. △ 둘째, 수사당국은 해당 보수단체를 신속히 수사해 검찰에 송치하라. △ 셋째, 문화관광부는 문화예술정책담당부처로서 이번 사태가 한국영화발전의 위축으로 번지지 않기 위해 천안함 프로젝트 재상영에 최선의 행정력을 즉각 발휘하라.

끝으로 영화계는 "아울러 우리는 이러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 영화인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시킬 것을 선언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천안함 프로젝트의 제작·배급사 아우라픽처스는 7일 0시부터 메가박스에서의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금지를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아우라픽처스에 따르면 메가박스 측은 "일부 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에 대한 예고로 인해 관람객 간 현장 충돌이 예상돼 일반관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배급사와 협의 하에 부득이하게 상영을 취소하게 됐다"고 상영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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