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반대하는 강덕수 회장 퇴진, 채권단 왜 강행하나?

2013-09-0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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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강덕수 회장을 STX조선해양에서 퇴진시키려는 채권단의 움직임에 STX조선해양 노사에 이어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까지 비난의 대열에 합류했다.

비록 자금난에 빠져 채권단에 의해 회생절차를 걷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주잔량 기준 세계 4위의 거대 조선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이해 당사자와의 공감대 없이 채권단이 독단으로 교체한다는 점은 산업계는 물론 노동계도 지켜만 볼 수 없다는 위기감이 크다는 점을 반영한다.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채권단의 이번 시도에 대해 업계에서는 ‘횡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최근 발간한 노보를 통해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STX조선해양 대표로 내정한데 대해 “요즘 유행하는 슈퍼갑의 횡포”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노조는 경쟁사인 STX조선해양에 현직 경영진인 박 부사장이 대표로 부임할 경우 회사의 기밀과 기술을 유출당할 수 밖에 없다며,“박 부사장이 이직하게 된다면 대우조선해양이 감당해야할 피해는 매각의 파장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이와 관련 대우조선해양 사측은 “회사를 경영진들과 기밀보호 유지 협약을 체결하며 지속적으로 이를 관리하고 있어 그동안 퇴직자에 의해 회사의 고유 비밀이 유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설명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STX조선 지회도 소식지를 통해 강 회장의 사임과 관련, “자율 협약이 체결된 지 이제 한 달여 지난 시점에서 겨우 생산현장이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전해진 소식이라 다시금 생산현장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까라는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회는 “7월 31일 우리 회사는 법정관리나 워크아웃도 아닌, 자율협약을 체결했고 지회도 우선 경영 정상화가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조합원 총회를 통해 노사동의서를 채권단에 제출한 바 있다”며 “자율협약은 엄연히 경영권 행사가 회사에게 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이 강압적으로 대표이사 사임요구나 외부인사 영입 등을 거론한다는 것은 엄연히 월권행위임에 틀림없고, 그 사례도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에 대해서는 박삼구 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한 반면, 상대적으로 경영권 간섭이 약한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STX조선해양에 경영진 교체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것이다.

앞서 지난 3일 STX그룹은 채권단의 강 회장 퇴진 결정에 대해 “자율협약 취지에 어긋나는 채권단의 월권행위”라며 “채권단은 기존 경영진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도 없이 자율협약 체결시 관례로 제출한 불평등 확약서를 바탕으로 기존 경영진의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 사임을 압박하는 보도자료를 일방적으로 발표해 자율협약 체결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고 주장했다.

STX그룹은 “이번 조치는 자율협약시 채권단의 일방통행식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폐해를 보여줌에 따라, 향후 자율협약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는 타 기업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창원상공회의소도 청와대와 금융감독원,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 보낸 건의서에서 강 회장의 재신임을 요청하면서 “대표이사 신규 선임을 통한 기존 경영진의 교체는 종업원, 협력사, 노동조합, 지역사회 등 이해당사자들에게 이질적인 기업문화와 경영방식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것”이라며 “문화적 부조화로 갈등이 조장되어 순항중인 경영정상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에 대한 정밀 실사 결과 회사의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경영을 조기에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추진력이 있는 외부 전문가를 신임 대표이사로 추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강 회장 등 경영진의 퇴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STX그룹이나 노조도 부실경영의 책임을 현 경영진이 지는 것은 맞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이 이러한 큰 결정을 자율협약이 시작돼 회생절차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충분한 공감대를 구성하지 않은 채 강 회장은 물론 신임 대표로 낙점받은 박 부사장, 회사 임직원들에게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갑작스럽게 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은 동일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는 경쟁관계인데, 경쟁사의 현역 경영인을 상대 업체에 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출신 경영인이 현직에서 곧바로 경쟁사인 하이닉스반도체로 옮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기술 유출의 개연성은 충분하다.

더군다나 경쟁사의 임원을 CEO로 맞이해야 하는 STX조선해양 임직원들의 사기 저하 및 반발 등 심리적 문제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점도 채권단의 막무가내식 인사가 향후 불러일으킬 부작용이 매우 클 것으로 우려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의도였다고 해도 이번 채권단의 일 처리 과정은 미숙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또 다른 기업도 이런 처지에 놓일지 누가 알겠느냐. 공포스럽기까지 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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