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F가 발표한 12개 부문에서 한국은 거시경제 환경(9위)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특히 제도적 요인(74위)·노동시장 효율성(78위)·금융시장 성숙도(81위)는 70위권 밖으로 분류되며 3대 취약 부문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이 같은 평가 결과가 나온 데 대해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WEF의 평가 결과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군색한 변명도 내놓았다.
하지만 3대 취약 부문은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고질병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해 62위에서 74위로 12단계 추락한 제도적 요인은 구성 항목 가운데 테러위험의 기업비용이 100위권(106위) 밖으로 밀려나며 순위 하락의 원인으로 꼽혔다.
오상우 기획재정부 경쟁력전략과장은 "WEF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시점이 북한 3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 등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때였다"며 "북한 리스크가 순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WEF 지표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평가도 보수적이었다. 새 정부가 '정부 3.0'을 내세우며 투명행정 등 변화를 꾀했지만 정책 결정 투명성도 지난해 133위에서 137위로 떨어졌다.
노동시장 효율성 부문은 노사협력 132위, 해고비용 120위, 고용 및 해고관행 108위에 머물며 체면을 구겼다. 정부가 아직까지 노동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금융시장은 대출의 용이성 118위, 벤처자본의 이용 가능성 115위, 은행 건전성 113위 등에 그쳐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융부문 순위 하락은 올해 들어 신용 차별화에 따른 신용대출 위축, 주식발행 감소 등으로 인한 기업 자금조달 애로와 은행 수익성 악화 등이 순위에 반영됐다.
이처럼 우리나라 경쟁력의 취약부문이 확연히 드러나자 정부는 노동·금융 등 7개 분야에 대해 집중관리하겠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와 함께 일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창조경제, 고용률 70% 등 주요 국정과제와 연계해 보완해 나가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4일 열린 제1차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에서 "주요 국제평가기관은 대체로 우리 국가경쟁력을 점차 높게 평가해오고 있지만 최근에는 개선흐름이 다소 정체됐다"며 "국가경쟁력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 취약 부분에 대한 개선과 강점 요인에 대한 지속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IMD·WEF·헤리티지 등에서 공통으로 지적하는 취약 요인을 점검하고 실질적인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해야 한다"며 "발굴된 여러 개선과제 중 실질적인 정책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에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