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신화사> |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아시아 환율가치가 급락하면서 일부 아시아 기업들도 채무 위기를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우려했다. 지난 수년간 미국이 양적완화를 실시하면서 기업들은 저금리 달러를 빌렸는데 최근 환율이 악화되면서 막대한 빚더미가 쌓인 것이다. 저널은 특히 인도·인도네시아 기업들은 지역 금리보다 훨씬 저렴한 달러 자금을 대거 빌려 화근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신흥국에 유입된 달러 자금이 대거 이탈됐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자산매입을 축소하고 금리를 올릴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됐고 신흥국 통화가치도 급락한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인도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인도 기업들은 1000억 달러 상당의 외채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인도 최대 통신업체인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은 오는 2020년까지 갚아야 할 외채가 38억 3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2억 달러는 올해 안에, 6억 8100만 달러는 내년까지 상환해야 한다. 릴라이언스 관계자는 외환 대출 금리가 0.89%에서 5.2%로 높아진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 5월 이후 루피가 18.5%나 하락하면서 대출 비용은 크게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인도 기업 대부분이 루피화로 매출을 창출하기 때문에 환율 추세가 큰 영향을 끼친다고 전했다. 인도 신용평가사인 크리실의 D.K. 조시 이코노미스트는 “루피화의 악화는 대형 인도 기업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며 “이는 외채를 되갚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의 최대 통신업체인 PT 인도셋의 외채는 10억 달러다. 미국의 저금리로 각종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빌린 것이다. 그러나 루피아가 올해들어 달러대비 12%나 하락하면서 채무는 더 늘었다.
일각에서는 기업과 은행들이 환율 악화로 채무를 상환하기 어려워지면서 지난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적자를 내면서 우려를 증폭시켰다.
다만 아시아 국가들이 한차례 외환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외채 관리에 능숙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HSBC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공공 및 민간 외채는 국내총생산(GDP)의 45% 가량이다. 외환위기 전에는 GDP 대비 90%에 달했었다. 아시아 중앙은행들도 외환 보유고를 대거 확보한 상태라 환율방어가 용이하다고 저널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