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양한 전·월세 안정화 대책을 쏟아냈지만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핵심대책의 상당수가 빨라야 10월에나 시행될 예정이어서 코앞에 닥친 9월 전·월세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세 품귀현상은 물론 대책 시행을 기다리는 매매 대기수요까지 겹쳐 거래절벽 현상도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월세 안정화 대책 중 △취득세율 인하 △장기모기지 이자소득공제 확대 △매입임대사업자 세제지원 확대 △월세 소득공제 확대 등은 관련법을 고쳐야만 시행가능한 사안으로,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여야 간 이견이 여전해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여기에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무주택자를 위한 1%대 손익·수익 공유형 모기지 등의 대책도 빨라야 10월에나 시행 가능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다가온 9월 이사철에 매매시장은 더욱 얼어붙고, 전세난도 한층 극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위원은 "정부의 대책 발표로 당장 전셋값이 하락하는 등의 단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취득세율 인하 등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사안들이 있어, 국회가 이를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득세 인하의 경우 적용 시점이 관건이다. 그러나 법안 통과는 물론 소급적용 여부도 불투명해 매매 대기수요를 부채질하고 있다.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여전히 미약해 이래저래 '잔인한 9월'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한없이 치솟는 전·월세값을 잡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인 정책"이라며 "거래 활성화 측면에서 정책을 짜야 하는데 취득세를 인하한다고 당장 전·월세난을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정부가 전·월세 안정화 대책을 내놓겠다고 지난주부터 공언했지만 전셋값은 여전히 꺾일 줄 모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보다 0.19% 상승했다. 무려 53주째 상승세다. 특히 서울과 경기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9월 이사철을 앞두고 물건이 부족해지면서 큰 폭(0.30%)으로 올랐다. 지방(0.08%) 역시 상승폭은 둔화됐지만 54주 연속 상승했다.
반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보다 0.02% 하락해 8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시장에서도 9월 부동산시장 침체는 예정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대신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매물 소화보다 전셋집 공급이 우선인데, 대책 발표는 매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왕십리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취득세 인하가 잠시 시행됐었지만 이쪽은 미분양이 많이 있다"며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워 급매물을 찾기는 하지만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 때문에 선뜻 매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