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5자회담’ 입장 고수…野, “본질 비켜가” 거부 의사

2013-08-2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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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형식·의제 놓고 이견 재확인…정국 또다시 급랭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회담 형식과 관련해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5자회담’ 입장을 고수하면서 정국이 또다시 얼어붙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민생 안정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존재하는 것이다. 국민의 뜻에 부응해 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민생’ 언급은 민생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시급한 과제인 만큼 여야 회담에 ‘원내사령탑’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민주당이 주장하는 박 대통령의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등 정치적 이슈에 대해선 대화할 뜻이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도 오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발언은 민생과 연계된 5자회담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양자회담을 고수하며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민생 속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도 함께 논의된다면 회담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민생에만 국한된 의제를 두고 회담에 나서는 건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주의 없는 민생은 사상누각”이라며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과 관련한 태도 표명 없이 민생만 논하자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논하는 자리에서 민생에 관한 의제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며 양자 회담을 주장하는 민주당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국기문란 범죄를 저지른 국정원에 스스로 개혁하라는 것은 주홍글씨 대신 훈장을 주는 것”이라며 “국회가 국정원 개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말해 ‘국정원 개혁이 이미 시작됐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그는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관련 의제를 빼놓고 회담을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기본 입장은 양자회담이고, 3자 회담은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요청이 오면 논의할 수 있다. 5자회담은 ‘(논의) 물타기’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일축했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이 이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당분간 정국은 대치 국면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회담의사만 확인했을 뿐 회담 형식과 의제 등에서 입장 차이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달 4일 박 대통령이 러시아와 베트남 등 해외 순방길에 오를 예정이어서 이번 주 초 안으로는 가시적인 합의점들이 나와야 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

결국 9월 중순 추석 연휴 전후까지는 대치 정국이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김 수석대변인은 “이번 주 안에 결과가 나오느냐”는 질문에 “우리도 바라는 바”라며 “대통령이 문제 의식을 제대로 갖고 국민들의 상식에 부합하는 대처를 한다면 야권의 요구에 전향적 답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회담과 관련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유일호 대변인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만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의제는 잘 조율돼야 한다”면서 “만남이 성사되고 나면 지금과 같은 장외투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당내 쇄신 그룹인 박민식 의원은 “국정 운영에 대한 실패는 새누리당과 대통령이 1차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정국의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대통령과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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