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택시 기본요금의 3000원대 조정을 제안하는 줄기찬 업계 목소리에도 올해까지 4년째 미동이 없다. 이들의 '살려달라'는 절규 가득한 건의를 매몰차게 뿌리친 것이다.
일명 '택시법'은 계속 표류 중이다. 작년 정기국회 때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법안은 정부가 거부했고, 이후에 나온 택시지원법은 업계가 거부하고 있다.
채찍 없는 당근에 독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 싶다. 서울시가 지난 4월 심야버스 2개 노선을 도입했다.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유일한 교통수단이던 택시를 대신해 시민들의 이동 불편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택시업계 입장에서는 절대 달갑지 않다. 불경기로 늦은 밤 가뜩이나 이용객이 줄어 회사에 매일매일 입금해야 할 사납금도 채우기 힘든 판이다. 서울시가 밉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자 서울시가 이달에만 택시업계를 위한다며 두 가지 방안을 내놨다. 1982년 1월에 도입된 심야택시 할증 시간을 오후 11시부터로 1시간 앞당기는 것과, 차량의 외부 광고 크기를 4년 만에 2배 이상으로 키우는 것이다.
서울시는 택시업계 경영여건 및 운수종사자 처우 개선이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짧게 수년에서 길게는 20년 넘도록 변함없다가 급작스럽게 부각됐다. 누가 봐도 성난 택시업계를 달래기 위한 극약처방에 불과하다.
서울시의 교통행정을 총괄 중인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 "요금인상이 수년째 발이 묶인 상태에서 서비스 개선만을 요구한다고 지적한다. 박봉에 시달리는 운수종사자들의 피해의식이 크다. 따라서 상대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이해 당사자와의 관계가 껄끄럽다고 왜 눈치를 봐야 할까. 택시업계 달래기가 언제 어디까지 진행될지 지켜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