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세제개편안 원점 재검토 지시에 이어 정부가 13일 발 빠르게 수정안을 제시하면서다.
민주당은 두 현안에 대해 병행투쟁 입장을 밝히면서도 세제개편안 문제가 김이 빠져버리면서 무게추가 국정원 국정조사 쪽으로 기울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14일 청문회 불출석 예고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은 이날도 세제개편안을 주도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교체를 거듭 촉구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부자감세 철회, 지하경제 양성화 실천, 세출 예산 구조조정을 골자로 한 민주당의 대안 수용도 요구했다.
그러나 전날 시작한 ‘세금폭탄 저지 서명운동’은 사실상 추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한길 대표가 직접 주재한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세금폭탄’이라는 표현도 쑥 들어갔다.
보수진영이 증세 반대를 위해 사용하던 ‘폭탄’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활용, 조세저항을 부추긴다는 진보진영 일각의 지적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이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이 빗발쳤다.
이상구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집행위원장은 “민주당의 세금폭탄론이 과거 한나라당의 세금폭탄론보다 우리나라 역사적 발전에 더 나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은 당헌에 보편적 복지를 명기한 정당”이라며 “보수적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전매특허인 세금폭탄론을 민주당이 꺼내든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산층에 대한 세 부담 논란을 확산시키기보다는 아예 증세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연 16만원의 부담 증가를 이유로 세금폭탄론을 꺼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세금폭탄론은 보편복지의 앞길을 스스로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직접세 증세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민주당은 전면적인 장외투쟁으로 전환하려는 듯한 조짐도 포착되고 있다. ‘디데이’로 꼽히는 16일은 민주당이 ‘원-판’에 대한 청문회 일정으로 수정요구한 날짜이자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 대사의 증인채택 여부를 가르는 시한이다.
국조특위 위원들을 중심으로 한 당 일각에서는 국정조사가 무력화된 이상 장외투쟁에 집중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정원 의혹에 대한 성역없는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 등이 있어야만 장외투쟁을 접을 수 있다”면서 “적어도 대통령이 명확한 의지 표명을 한다면 그 진정성을 보고 (장외투쟁 중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