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아버지에게서 배운다_하> “절대권력 앞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아야”

2013-08-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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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7월 2일 '한양투자금융' 개업 자축연에서 인사들과 담화를 나누는 연강 박두병 회장. 박 회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이날이 마지막이다.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정치와 경제의 가장 이상적인 관계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평행선을 지키는 것이다.

너무 가까이 하지도, 멀리 하지도 않고, 어느 한쪽에 무게가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 나가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고 위험스러워 사소한 잘못 하나만 일어나도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이러한 관계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양측 모두 깨끗하고 공명한 태도를 견지해야 하며, 특히 경제인은 정치인에 비해 좀 더 높은 양심과 도덕성을 유지해야 한다.

“박두병씨가 쉬면 쓰러지니 계속 일하도록 하라고 하라.”

1973년 임종을 눈 앞에 두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또 다시 선출된 박두병 회장. 지병의 악화로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하는 그의 소식을 접한 박정희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전한 말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박두병 회장에 대한 언급한 사견으로 유일하게 지금까지 전해진다.

정치와는 박두병 회장이 상의 회장을 역임한 6년간은 박 대통령으로서도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한 관계였다.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이었던 자신의 생각을 따라주다가도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은 박두병 회장의 솔직함 때문이다.

1969년 세제 대개혁 이후 2년 후인 1971년 정부가 세제개혁을 단행하기까지 박두병 회장은 인정과세의 남용과 세무사찰로 빚어지는 충돌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해 개선과 중지를 요청하고 법인세율 인하, 부가가치세 제도 폐지, 지방공장 조세 감면, 특과세법 폐지를 골자로 하는 조세 개혁을 부르짖었다.

또한 정부의 세제개혁안에 대해 “직접세의 감세로 인한 세수 결함 예상액 125억원을 메우기 위해 간접세를 중과하는 것은 국민의 조세부담을 가중시킨 것”이라며 맹점을 지적하는 등 매년 수차례에 걸쳐 정부에 세정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제안하고 이를 받아들일 것을 종용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상의 회장으로서 그가 직접 정부의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그를 당시 언론들은 ‘투쟁’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박두병 회장이 이렇듯 상공인의 뜻을 반영해 정부에 ‘바른 말’을 떳떳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대한상의의 조직 개편을 통해 조사 기능을 강하함으로써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히 받아들여 객관적인 방향을 짚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그의 주장은 단순히 상의 회원사의 사익을 위한 것이 아닌, 상공업계와 경제계, 더 나아가 한국경제가 공존 발전하기 위함이라는 원칙과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었기 때문에 정부도 상의의 의견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릴 수 없었다. 당장은 거슬리지만 옳은 말을 하는 박두병 회장을 박 대통령은 경제 개발의 파트너로서 인정한 것이었다.

박용만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선출을 앞둔 2013년은 새 정부가 출범한 한 해다. 아이러니 하게도 박근혜 대통령과 박용만 회장은 박 대통령과 박두병 회장의 자식들로, 2대에 걸쳐 국가 최고 수반과 상공업계 수장의 자격으로 만남을 잇게 됐다.

최근 경제계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정부가 시키면 무조건 따라가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그만큼 정부에 대한 기업들의 공포심이 크다는 것이다. 외줄타기의 한 축이 무거워져 떨어지기 일보직전의 상태다. 박용만 회장은 정치와 경제의 균형을 다시 맞춰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도 박용만 회장을 비롯한 경제계의 의견에 좀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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