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의 재발견 '리커머스' 열풍…개인·기업·정부 전방위 확산

2013-08-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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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극복할 스마트 소비 트렌드로 자리매김, 중고 거래시장 급성장<br/>기업 마케팅 전략으로 적극 활용, 정부도 재활용 활성화 지원 나서


아주경제 이재호·정치연·홍성환·한지연 기자= # 주부 김미영씨(35)는 최근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중고품 거래 사이트 '순환자원거래소'를 이용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회원 수만 6만명이 넘어 필요한 물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무엇보다 정부가 관리하는 온라인 장터인 만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의류 브랜드인 리바이스는 헌 청바지를 가져오면 신제품 구매 시 최대 10만원의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포에버 블루 캠페인'을 매년 여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이상 입지 않는 청바지를 새것으로 바꾸며 할인까지 받을 수 있고, 기업도 매출 증대 효과를 노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평가다.
개인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물품을 재매매하거나 기업이 보상판매와 교환판매 등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리커머스(Recommerce)'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리커머스는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워칭닷컴이 지난 2011년 처음 제시한 신조어로,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국내에서도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지갑이 얇아진 개인은 물론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절실한 기업과 자원 재활용 비율을 높이려는 정부까지 참여하는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불황 속 중고시장 나홀로 호황

리커머스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곳은 온·오프라인에서 운영되는 중고품 거래시장이다. 국내 중고 거래시장 규모는 10조원 가량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온라인 거래가 80%를 차지한다.

장기 불황에 따른 가처분소득 감소로 국내 소비가 많이 위축됐지만 필요한 물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중고시장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의 중고품 거래규모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G마켓의 올 상반기 중고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2% 증가했다. 옥션도 최근 2년간 중고품 거래액이 평균 30% 이상씩 증가하고 있으며, 11번가는 매년 5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 개설된 중고품 매매 커뮤니티 '중고나라'의 회원 수는 지난 5월 1000만명을 돌파했다.

G마켓 관계자는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져 중고품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휴대폰이나 가전제품 등의 거래가 여전히 활발하지만 최근 의류나 신발, 가방 등의 거래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중고시장에서도 실속형 소비행태가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은 보상·교환 판매로 활로 모색

리커머스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으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기존 제품 대신 신제품을 구매할 때 할인혜택 등을 주는 방식으로 소비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고객들이 자신의 중고폰을 페이스북에 개설된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보상가격을 제시하고, 30일 이내에 신제품을 구매할 경우 보상가격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불카드로 주는 프로그램을 미국에서 시행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패션·화장품 업계의 경우도 앞서 언급한 리바이스를 비롯해 다양한 기업들이 리커머스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인 아이더는 지난해 헌 등산화와 배낭을 반납하면 일정 금액을 보상해주는 이벤트를 실시해 호응을 얻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을 다 쓴 뒤 공병을 매장으로 가져오면 한 병당 최대 1000점의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있으며, 수입화장품 브랜드인 맥과 키엘도 공병 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신차교환제도로 판로 확대에 나서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4월부터 경쟁사의 준중형급 차량을 구매한 고객이 3개월 내에 차량 교체를 원할 경우 SM3 신차로 교환해주고 기존 차량을 매입하는 제도를 시작해 업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지엠은 차량 구매 후 3년 내 사고가 발생하면 신차로 교환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으며, 현대차도 쏘나타 하이브리드 제품에 대해 '차종 교환 프로그램'과 '신차 교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리커머스 활성화 정부도 앞장선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중고품 거래 사이트인 '순환자원거래소'를 오픈했다. 재활용이 가능한 중고품과 소각·매립 예정인 폐기물을 누구나 손쉽게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거래 수수료는 무료이며 사이트 운영과 관리는 한국환경공단이 맡고 있다.

이 사이트는 지난 7월 기준 회원 수 6만3500명, 누적 거래건수 22만건을 기록할 정도로 성황이다. 거래규모가 늘자 코웨이 등의 기업도 이 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판매키로 하고 환경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환경부는 올해 10억원에 불과한 지원 예상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려 2015년에는 회원 수 8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환경부 자원순환국 관계자는 "중고품과 폐기물을 자원화하자는 취지로 시작했으며 민간 시장에 정부가 관여한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와 사전조율 과정을 거쳤다"며 "이번 정책은 선진국에서도 드문 케이스로, 오는 2020년에는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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