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100위권 종목 가운데 주요 증권사가 꾸준히 추천하고 있는 KT, SK하이닉스, 현대건설, 한국전력 등 상당수 종목 주가가 지난 2009년 이후 현재까지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2009년 연평균 주가가 2만3150원이며 이날 종가는 2만7000원을 기록했다. 5년 동안 주가 추이를 보면 상단 및 하단이 각각 2만7000원, 2만3000원으로 박스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건설이나 한국전력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은 6만원 내외, 한국전력은 3만원 내외에 머물렀다. KT는 10년 동안 주가가 제자리걸음이다. 2004년 4만1000원선이던 주가는 2010년 4만8000원선까지 올랐지만 2011년 들어 3년째 3만5000원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5년 간 증시 상황을 보면 이들 종목 수익률이 시장 대비 부진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코스피 역시 2009년 말 1600선을 시작으로 2011년 말부터 현재까지 1800~2000선에 갇혀 있다.
반면 삼성전자가 2009년 79만원에서 2012년 152만원으로, 현대차도 같은 기간 12만원에서 22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기도 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를 제외한 대형주를 증권사 추천만 믿고 산 투자자라면 상당 기간 투자금이 물린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일 공산이 크다.
이들 기업은 일반 투자자 투자 비중도 높다. 2012년 말 기준 SK하이닉스와 KT 소액주주 비율은 각각 63%, 58%에 달했다. 현대건설도 올해 3월 말 소액주주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이에 비해 2009년 이후 이들 종목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한 증권사 보고서는 한 건도 없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9년 이후 기업 내재가치보다는 유럽발 재정위기나 중국 경기 둔화, 미국 신용등급 강등 같은 대외 요소가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대외 악재를 이기면서 개별적으로 시세를 분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하지만 글로벌 악재가 2~3년에 걸쳐 잇따라 발생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부진했던 종목 또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시점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