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글로벌 저성장·저금리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금융지주사 및 주요 은행들의 실적이 '반토막' 났다. 이에 따라 금융권이 박근혜정부가 압박하고 있는 소비자보호 및 서민금융 등을 실현하면서, 동시에 위기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사와 은행 등 상당수 금융사들이 조직 슬림화와 비용절감 등을 통한 위기 극복 전략에 착수했다. 금융당국도 금융시장 동향과 금융사들의 위기 대응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련기사 11면>
올 상반기 금융사들의 수익은 우려했던 대로 크게 떨어졌다.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은 2조5262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조1179억원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지난 2분기 국내 은행의 순이익은 1조1000억원으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1000억원보다 48%가량 감소했다.
국내 금융시장이 침체되자 외국계 금융사들도 하나 둘 씩 발을 빼고 있다. 이미 HSBC는 소매금융을 중단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 금융지주는 계열사인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을 팔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시장 상황이 점점 악화되자 새 정부 출범 후 소비자보호 강화 및 창조경제 육성에 집중하던 금융당국도 금융권의 위기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나서서 금융권 수장들을 독려했다.
최 원장은 최근 금융지주사 회장들을 불러 건전성 약화 대응방안을 강구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지주사 내 특정 자회사의 부실이 은행을 비롯한 다른 자회사에 전이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에 신경 써달라"며 "감독당국도 지주사 차원의 리스크 중심 감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감원은 금융지주사와 은행의 과도한 배당을 차단하기 위해 수익과 배당 성향의 적절성을 분석하고 있다. 이 역시 수익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다.
금융사들도 고육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상당수 은행들이 조직을 슬림화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문을 닫는 은행 점포는 무려 80여개에 달할 정도다. 반면 영업력은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일부 금융사의 임원들은 자발적으로 급여를 낮췄다. 직원들의 급여마저 깍이는 것은 물론이고 인력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이란 소문도 금융권에 돌 정도다. 물론 각 금융사들은 '내부 출혈'을 최소화하면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실질적인 경영전략을 함께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강화, 서민 및 중소기업 지원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 수익성을 함께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각 금융사마다 위기대응 체제 및 전략을 가동함으로써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