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발표된 직후 몇 일간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시장반응의 특징은 직전 예상이나 시장 컨센서스 대비 서프라이즈냐 쇼크가 이익의 절대규모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발표 직후 찬밥신세였던 것이 좋은 예이다. 결국 IR 담당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실적발표 전에 주가에 충격을 주지 않고 애널리스트들의 실적에 대한 컨센서스를 낮추어 두었다가 실적 서프라이즈를 연출해 내는 것이다. 이것이 같은 이익을 내고도 더 긍정적인 주가흐름을 이끌어내는 IR 담당자의 요령이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나 투자가들은 분기실적에 따라 향후 전망을 수정하기 때문에 단기 실적이라도 무시할 수는 없다. 다만 단기 실적에 너무 일희일비하다 보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보다 투자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긴 안목에서 좀 더 큰 파도를 보고 투자하는 트렌드가 정착되길 바란다.
이제 밸류에이션에 관해 덧붙여 보자. 주가수익배율(PER)이 7배인 삼성전자와 33.4배인 오리온 중 어느 주식이 더 매력적인가? 이 두 종목을 담당하는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모두 매수의견을 내고 현재주가보다 몇 십%씩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익이라고 다 같은 이익이 아니라 질적으로 분명 차이가 있다.
성장성이나 이익안정성 등에 따라 프리미엄을 줄 수도 있고 할인율을 적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4~5배 차이의 밸류에이션 차이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20년 넘게 애널리스트를 해도 아직 풀지 못한 숙제이다. 그래도 ‘주가는 기업이익의 그림자’라는 신념은 버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