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제국'에서 연기 중인 고수(장태주 역). [사진 = SBS 화면 캡쳐] |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황금의 제국’ 중 고수(장태주 역)와의 인터뷰에서 한 일간지 기자가 하는 말이다. 시행사 대표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고수에 대해 신기해하면서도 의문이 섞인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렇다면 고수는 어떻게 해서 부동산을 통해 거액의 돈을 벌게 됐을까. 부동산 경기가 바닥인 현재의 투자자들이 본다면 귀감을 삼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고수는 부동산 호황기에 편승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드라마는 한국 경제가 요동쳤던 1990년대 초부터 20여년간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드라마에서 고수가 부동산 업계에 몸을 던진 시대는 1990년대 초반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인 당시는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를 맞던 시기다. 말 그대로 ‘황금기’였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전후로 대대적인 도시 재개발과 1기 신도시 등 부동산 개발이 진행됐다. 여기에 1980년대말 '3저'(저달러, 저유가, 저금리) 현상 이후 국내 경기는 전반적인 호황기를 맞았다.
이 같은 시대적 분위기를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는 고수의 모습은 흥미롭다. 교도소를 출소해 무일푼이던 고수는 쇼핑몰 개발을 위한 부지 중 땅 6.6㎡(옛 2평)를 이용해 10억원을 버는데 성공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적은 지분으로 거액을 타내는 전형적인 ‘알박기’ 수법이다.
고수는 10억원을 자본으로 장신영(윤설희 역)과 시행사 에덴을 차리게 된다. 여기서 고수와 장신영은 오산 지역 그린벨트가 해제되자 사업에 뛰어드는 것으로 묘사된다.
시행사업을 통해 부를 거둔 고수는 건물 재건축 사업에서 평가 등급을 조정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을 매수해 재건축 허가를 받으려고도 한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은 1990년대부터 붙이 붙기 시작해 투기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이후 강남권 일대는 현재 대표 부촌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고수가 과거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자에게 복수를 할 때도 부동산 허위정보를 흘려 땅을 매각한다. 투자자들을 상대로 개발 가능성이 없는 땅을 파는 것은 기획 부동산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마치 천기누설처럼 개발 정보를 흘려 투자자들을 유혹하지만, 사실은 불법으로 지분을 쪼갠 것이거나 그린벨트 등 개발이 제한돼 쓸모없는 땅을 파는 식이다.
갖은 방법을 동원한 고수는 재건축 사업에서 위기를 맞는다. 전 재산을 걸고 자신의 편을 조합장으로 내세우지만 상대편의 계략으로 결국 흔들린다. 드라마 방영 초기인 지금 고수의 미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 그의 수완을 통해 미뤄 짐작해본다면 앞으로 위기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만약 고수가 현재의 부동산 침체기에 있었다면 어떤 방법으로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아무리 고수가 부동산의 '고수'라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부동산 시행업에 종사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는 부동산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시행사들도 존폐 위기에 몰리는 등 투자를 통해 큰 이익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