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私가 경쟁하면서 가격을 내리는 게 정부의 목표인데 진통이 만만치 않다. 방향키를 쥔 정부조차 양쪽 시장에서 서로 다른 편을 들어주면서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석유시장은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사업에서 더 나아가 공공 조달 입찰에까지 참여하며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석유공사가 방위사업청의 휘발유 공급자로 낙찰돼 연간 180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도시가스는 반대로 민간기업의 사업기회 확대를 골자로 한 법안 추진과 동시에 민·관·학·연에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셰일가스발 국제가격 인하추세 속에 값싼 천연가스를 확보하려면 민간의 직도입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산업계에서 높아지고 있어서다.
양쪽 시장은 거꾸로 하면 같아지는 ‘모레시계’ 양상이다. 결국엔 공기업과 사기업이 경쟁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그러면서 모순되게도 현 가격 비신뢰의 대상은 정반대된다. 석유정책은 정유사의 과점으로 인한 시장가격의 불신에서 출발했다. 도시가스에선 오히려 가스공사의 무능을 꼬집는다.
석유에선 공기업을 미는 정부도 가스에선 오히려 공기업의 문제를 지적하는 게 아이러니하다. 최근 천연가스 직도입 확대 쟁점분석 토론회에서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공공부문은 괜찮다는 시각이 있는데 가스공사의 도입이 효율적이고 최선의 가격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쪽 시장 모두 공기업과 사기업의 공존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의 가격정보와 판매량을 보고받고 심지어 전자수급보고 시스템까지 구축하려는 공공기관이 민간 기업과 공정경쟁을 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스공사와 발전사측도 “민간 기업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제가가 쌀 때만 스팟구매를 늘리는 등 수급불안을 야기한다”며 “분산 구매에 따른 가스공사의 구매력이 약화되고 민간 발전량도 변동이 잦아 도시가스 및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석유와 가스 양쪽 시장 다 민간 부문에선 SK와 GS가 연관돼 있어 또다른 관심을 유발한다. SK에너지, GS칼텍스가 석유공사에 의해 수세에 몰리는 반면, 도시가스 및 발전시장에서는 SK E&S와 GS에너지, GS EPS 등이 사업을 확장하며 민간 직도입 확대 논의를 통해 가스공사를 수세에 모는 모양새다. 양쪽 시장에서 SK와 GS가 공기업을 상대로 일진일퇴의 공방을 주고받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