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중국방문의 평가

2013-07-0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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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중섭 제주대 통역번역대학원 한중과 교수<br/>주요 연구관심 분야는 대만문제, 양안관계 등

아주경제 진순현 기자=박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의 주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지역안보인데, 특히 북핵문제에서 중국의 지지를 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경제협력인데, 특히 한중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재가동 하는 것이다.
이 두 사항은 지역안정 유지와 한국의 경제성장의 관건이고, 동시에 한중관계의 주요 핵심이다.
결과로 본다면, 우선 북핵문제에 있어서, 박대통령은 중국 측으로부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얻었다.
또, ‘공동성명’에 한반도비핵화를 명문화하였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박대통령의 대 북한정책의 기조로서 5월 미국 방문 시 이미 미국 측의 지지를 얻었고,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지지를 얻게 되어 향후 대 북한 정책을 펼칠 때 운신 폭이 훨씬 넓어졌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북핵문제에 대해 아직 많은 입장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한국 측이 희망하는 ‘북한 핵포기’문구는 공동성명에 나오지 않았고, 대신 중국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다.
공동성명의 “한국 측은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보유를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공동이익에 부합함을 확인하였다”는 등 문구를 보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중국 측의 고심을 볼 수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도 한국 측이 희망하는 ‘북한 핵무기’라는 문구대신 ‘유관 핵개발’이라는 문구를 채택하였다.

공동성명 에서 양측은 “안보리의 결의와 9.19 공동성명을 포함한 국제 의무와 약속은 성실히 지켜져야 한다”고 합의했다.
‘9.19 공동성명’은 2005년 6자회담 때 채택된 문건인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나머지 국가가 에너지 및 안전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6자회담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러한 합의는 “핵포기가 먼저냐, 안전보장이 먼저냐”등 논쟁 때문에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비록 양국은 ‘한반도(물론 북한도 포함) 비핵화’에 대해서 합의를 이루었지만, 비핵화의 방법이나 절차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있다.
어떻게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중국과 협력하여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지가 한국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경제 무역 분야를 보면 양국은 무역 및 투자 영역에서 다수의 협약을 체결하였고, 또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하였으며, 2015년 무역액 3,000억 달러를 목표로 공동 노력하기로 하였다. 한 한국정부 인사는 이번 중국 방문의 경제 성과는 5월 달의 미국 방문보다 더 크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또, 주목할 만한 것은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실질적인 자유화와 폭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한중 FTA 체결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재개하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유럽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였고, 원래 계획은 한중일 국의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는 것이었으나 일본과 한중 사이에 발생한 분쟁으로 인해 중단되었다. 따라서 일본에 앞서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번 중국 방문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것이고, 또 신임 대통령이 미국 다음으로 일본을 먼저 방문하는 관례를 깨고, 중국을 먼저 방문한 것으로 그 자체로서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 이것은 한 편으로는 일본 정부의 여러 행동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후퇴하였기 때문이고, 동시에 박대통령이 한중 관계를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한중 양국이 연합하여 일본을 배척하는 구도를 형성하지 않을까 우려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비록 한중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누차 한중일 3국의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겨두었지만, 만약 한중 양국이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빠른 진전을 보인다면, 일본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다.

이번 박대통령의 중국 방문에서 정치, 경제 의제 외에 언론에 가장 많이 보도된 것은 박대통령의 중국문화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다. 출국 이전에 언론은 이미 “중국어로 연설할 것인가” 등을 화제로 박대통령의 중국통 이미지를 부각시켰고, 중국 방문 기간 동안 박대통령은 청화대 연설을 비롯한 많은 장소에서 중국 고전을 인용하여 자신의 중국문화에 대한 소양을 과시했다. 중국 측도 그에 대해 높은 예우를 했고 중국 언론도 대대적으로 그 행보를 보도하여 문화외교의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조성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박대통령의 중국 방문의 성과에 대해서 견해가 다양하다. 예를 들면 북핵 문제에 대해서 혹자는 양측이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한 것뿐이지 새로운 진전이 없었다고 비판한다. 또 한반도 비핵화의 관건은 예측하기 어려운 북한의 태도인데, 만약 북한의 협조를 얻을 수 없다면 비핵화도 공염불에 불과하게 된다. 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도 한국 국내에 아직도 반대의 목소리가 많아 협상의 진전에 따라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방중 성과를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점들이다.

한반도 주변 정세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고 세계 경제에도 여전히 불안정 요소가 남아있다. 이러한 예기치 못한 변화들이 외교적 성과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비록 상황이 변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방문을 통해서 보여준 문화적 이미지와 중국인들이 박대통령에 대해 느낀 친근감은 남아있을 것이다. 이것이 이번 방문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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