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및 지원 부족 등 비IT업체인 금융사의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기 보다는 CEO의 책임을 키운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사의 IT담당 인력들은 금융당국의 ‘처벌’ 위주의 대책이 오히려 관계업무 종사자들의 업무 집중력을 떨어뜨릴 개연성이 높다고 호소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전산보안 강화 종합대책’을 내달 초 발표한다. 이 대책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내·외부 전산망을 반드시 분리, 운영해야 한다.
금융위는 해킹에 따른 금융사 정보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망분리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현재 국민·신한은행 등 일부 대형 금융사들만 망분리 솔루션을 구축했을 뿐, 대부분 금융사들은 내·외부망이 혼재돼 있는 형편이다.
이번 대책에는 IT 보안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한층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전산사고가 발생한 금융회사는 실무책임자뿐만 아니라 CEO도 중징계를 내린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최고 경영자도 금융보안과 관련해 보고를 받는 만큼 사고 때 실무 당사자들과 동등한 수준의 책임을 묻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형 전산사고가 발생하면 ‘문책 경고’, ‘직무 정지’까지 내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놓고 금융권 일부에서는 강한 불만이 나오고 나온다. 금융당국이 실질적인 대안을 찾기보다는 지나치게 책임을 묻는데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
한 시중은행 IT부서 관계자는 “계속되는 야간작업에다 자질구레한 오류에도 매번 서면보고를 하는 등 업무 강도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CEO책임론이 불거질 수록 말단 직원들의 피로도만 높아진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 IT부서 담당자 역시 “책임자 처벌 위주의 대책으로 일관하기 보다 금융당국이 나서 금융사의 IT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 및 인력 보강 등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